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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제14기 2차 회의 개막식에서 발표된 리창 총리의 업무보고서에는 시진핑을 총 16차례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전인대의 리 전 총리 업무보고에서 언급된 14차례보다 2회 많은 수준이다. 그보다 앞서 2020~2021년 리 전 총리 업무보고에서 시진핑이 언급된 횟수는 각각 12회에 그쳤다.
‘당 중앙’이라는 표현도 지난해 9회에서 올해 13회로 크게 증가했다. 당 중앙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올해 ‘당 중앙의 결정과 안배를 잘 이행(관철)한다’는 표현이 늘었기 때문인데 당 중심의 정책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의 집행자·행동파·충실한 행동가가 되겠다”고도 강조했다.
처음 전인대 업무보고를 맡은 리 총리의 발언은 10여년간 총리직을 수행한 리 전 총리와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총리로 시선이 집중되는 현상을 우려한 듯 이번 전인대에서부터는 폐막 때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몇 년간 총리 기자회견이 없을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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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의 ‘색깔 지우기’는 시진핑 3기 정부에서 당정 분리 관행을 지우면서 시진핑 1인 체제를 강화하는 과정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최근 공산당이 금융 감독을 총괄하는 등 정책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확산하고 있다.
이번 전인대에서도 국무원조직법 중 ‘국무원은 총리 책임제를 실시한다’며 총리에 일정 독립성을 보장했던 내용을 ‘국무원은 중국공산당 지도를 견지한다’며 당 우선으로 바꾸는 작업도 벌였다.
외부에서도 양회에서 총리 기자회견 폐지가 시 주석의 중앙 집권적 통제를 강화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총리의 가시성을 줄여 시 주석의 위상을 강화하고 외국 정부·기업이 공산당 경영 분석력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총리에 대한 일련의 조치가 시 주석과 갈등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국립대 정치학자인 웬티 성은 로이터통신에 “시 주석이 리 총리를 불신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통제하려는 노력”이라며 “시 주석은 정책 설계자 역할을 하고 리 총리가 충실한 시행자를 맡겠다는 것은 충성의 행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