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큰 손’”…글로벌 금융사는 지금 ‘女심 잡기’ 경쟁

글로벌 금융사, 경제력 확대된 여성 중요 고객군으로 공략
UBS·엘레베스트 등 여성 친화형 금융 특화 서비스 ‘눈길’
“국내도 여성 특화 금융·비금융 서비스 대응 전략 필요”
하나은행은 ‘맘케어’, 신한은행은 ‘여성기업’ 서비스 늘려
  • 등록 2023-11-13 오후 5:00:23

    수정 2023-11-13 오후 5:00:2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여성의 경제력이 확대되고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여성’을 새로운 중요 고객군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사들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여성고객에서 신규 기회를 모색하는 비즈니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글로벌 금융회사의 여성특화 금융비즈니스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금융사들은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는 미국 여성의 금융자산이 사회적 지위 향상 등으로 2020년 10조달러 규모에서 2030년 30조달러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융사가 베이버부머 여성고객을 유지하면 기존 수익의 33%를 추가 창출할 수 있고,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 층 여성을 유지·확보하는 경우 매출성장률이 4배 더 향상될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 또한 여성은 남성 대비 서비스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자산관리사를 쉽게 변경하므로 여성 특유의 핵심 니즈를 충족시키는 금융사들은 원활한 신규고객 유치와 만족도 강화를 통한 락인(lock-in) 효과로 절대적 경쟁우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해외 금융사의 여성특화 금융서비스의 사례를 살펴보면, 스위스 은행 ‘UBS’는 여성사업가 맞춤형 솔루션을 수립·강화해 전략적으로 자산관리(WM)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UBS의 WM부문은 향후 초고액자산가로 성장할 여성 창업가를 대상으로 네트워킹 지원, 펀드레이지 교육 등 스타트업 경영을 위해 필요한 핵심 솔루션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유색인종 여성 사업가를 대상으로 한 대표 프로그램인 ‘Project Entrepreneur’은 2015년 런칭 후 졸업생 1800명을 배출해, 현재까지 약 9000만 달러 자금모집에 성공했다.

미국 핀테크사 ‘엘레베스트(Ellevest)’는 여성 중심 투자 플랫폼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엘레베스트는 인력 구성부터 타깃 고객까지 철저히 여성 중심으로 브랜딩해 1대 1 재무상담·커리어 코칭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엘레베스트의 운용자산은 여성고객을 중심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33%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사의 사례들을 종합한 결과, 여성고객의 핵심니즈를 충족시키는 비금융서비스를 적극 결합해 여성고객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주요 성공 요인으로 평가했다.

국내 금융권의 경우 여성고객 특화 서비스는 일부 금융사에 국한돼 있는 실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저출산·고령화 위기 극복을 위한 일환으로 여성 특화 비금융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여성 내점 손님 수가 많은 지점을 중심으로 임산부 휴게실, 수유실, 이유식존, 기저귀갈이존 등 부모와 아이를 배려한 돌봄 공간인 ‘하나 맘케어센터’를 조성했다. 지난 4월 야탑역금융센터 1호점을 시작으로 7월 수유역금융센터 2호점, 남가좌동 3호점을 내고 8월 하나은행 인천 검단신도시지점에 문을 열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여성이 소유하거나 경영 중인 여성기업이나 여성고용이 우량한 고용평등 우수기업 및 가족친화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대출 상품 ‘여성기업 성공지원대출’을 운용하고 있다. 대출한도는 최소 1억원 이상 최대 50억원으로, 최대 1% 우래금리를 지원한다.

김신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ESG·자산관리연구실 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도 금융 혜택 위주에서 벗어나 비금융서비스를 통해 여성고객의 니즈를 최대한 세심하게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긍정적인 ESG 평가등급 기대와 미래 신규수익원 확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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