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카카오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카카오톡 메신저 접속이 원활하지 않자 A(31)씨는 ‘카톡 지옥’에서 해방됐다. 그의 휴대전화 카카오톡엔 여러 단체메시지 방이 있어 잠깐이라도 눈을 돌리면 항상 수백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까톡까톡’하는 휴대전화 알람에 집중하지 않으니 주변 풍경과 하늘이 눈에 들어와 새로운 경험을 했다”며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편했던 것도 있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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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digital)과 해독(detox)의 합성어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와 인터넷, 메시지 알람 등으로부터 해방돼 심신을 치유하는 것을 일컫는다.
오랜만에 옛날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직장인 유모(26)씨는 “주말에 늦잠도 자고, 영화를 보면서 쉬는데 카톡 알람이 울리지 않아 방해받지 않아서 좋았다”며 “꼭 필요한 연락은 문자로 했는데 학창시절 기억도 떠올라서 오랜만에 그 감성에 젖었다”고 했다. 성격상 오는 카톡을 족족 읽어 알람을 없애야 심신의 안정이 든다는 이모(35)씨도 “메시지 오류 때문에 아무것도 오지 않았음에도 계속 휴대전화를 쳐다봤었는데 내가 그동안 얼마나 ‘카톡’에 중독됐었나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우리 사회에 스며들었던 ‘SNS 의존 현상’이 이번 사태로 다시금 확인됐다고 짚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초연결 사회가 됨에 따라 사람들은 과도한 연결에서 오는 사회적 피로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미 우리가 알게 모르게 SNS 등에 의존 내지는 중독됐다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강제로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하며 강박이나 의존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받고, 피로감이 해소됐다는 사람들의 반응도 이 같은 사회 현상이 기저에 깔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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