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멈추니 주변이 보였다…‘카톡 먹통’에 ‘디지털 디톡스’ 재조명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톡·다음메일 등 ‘먹통’
업무·사회 관계에 피로 느낀 직장인들 ‘해방감’
전문가 “‘SNS 의존’ 사회 재차 확인”
  • 등록 2022-10-17 오후 4:29:13

    수정 2022-10-17 오후 4:29:13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강원도로 여행을 갔는데 카톡이 안되더라고요. 휴대전화를 놓고 여행을 즐겼는데 처음으로 제대로 된 ‘힐링’ 했습니다.”

지난 15일 카카오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카카오톡 메신저 접속이 원활하지 않자 A(31)씨는 ‘카톡 지옥’에서 해방됐다. 그의 휴대전화 카카오톡엔 여러 단체메시지 방이 있어 잠깐이라도 눈을 돌리면 항상 수백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까톡까톡’하는 휴대전화 알람에 집중하지 않으니 주변 풍경과 하늘이 눈에 들어와 새로운 경험을 했다”며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편했던 것도 있었다”며 웃었다.

지난 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카카오톡 메신저에 오류가 난 모습.(사진=연합뉴스)
17일 경기도 성남시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먹통’이 됐던 카카오 서비스가 정상화되면서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다소 해소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카카오 먹통’을 그리워하는 반응이다.

일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digital)과 해독(detox)의 합성어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와 인터넷, 메시지 알람 등으로부터 해방돼 심신을 치유하는 것을 일컫는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지인들과 모임 등 일정이 있었는데 카톡을 안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고, 대화도 많이 할 수 있었다”며 “‘가끔은 휴대전화를 두고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직원 위모(41)씨는 “회사 업무용 메일을 ‘다음’ 메일로 쓰고 있는데 오늘도 접속이 아예 안되고 있다”며 “시시때때 메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쉴 수 있어 솔직히 신난다”고 했다.

오랜만에 옛날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직장인 유모(26)씨는 “주말에 늦잠도 자고, 영화를 보면서 쉬는데 카톡 알람이 울리지 않아 방해받지 않아서 좋았다”며 “꼭 필요한 연락은 문자로 했는데 학창시절 기억도 떠올라서 오랜만에 그 감성에 젖었다”고 했다. 성격상 오는 카톡을 족족 읽어 알람을 없애야 심신의 안정이 든다는 이모(35)씨도 “메시지 오류 때문에 아무것도 오지 않았음에도 계속 휴대전화를 쳐다봤었는데 내가 그동안 얼마나 ‘카톡’에 중독됐었나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4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3.9%가 ‘디지털 과부하’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메신저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명 중 3명은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그간 우리 사회에 스며들었던 ‘SNS 의존 현상’이 이번 사태로 다시금 확인됐다고 짚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초연결 사회가 됨에 따라 사람들은 과도한 연결에서 오는 사회적 피로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미 우리가 알게 모르게 SNS 등에 의존 내지는 중독됐다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강제로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하며 강박이나 의존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받고, 피로감이 해소됐다는 사람들의 반응도 이 같은 사회 현상이 기저에 깔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화재 후 먹통이 된 다음메일(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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