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M&A]‘혼자는 불안해’…두드러진 ‘대기업+PEF’ 연합군

[2021 국내 M&A 결산]④
휴젤·요기요·다나와 등…연합군 빅딜 쾅쾅
승자의 저주 피하고 자금·전략 업그레이드
SI+FI 공조, 내년에도 주된 인수 전략 전망
  • 등록 2021-12-28 오후 4:57:37

    수정 2021-12-28 오후 4:57:37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살다 보면 이 결정이 맞는가를 두고 늘 고민에 휩싸인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인수합병(M&A)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효율적인 투자였는가에 더해 향후 운영 방안까지 생각한다면 결정의 무게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일까. 올 한해 M&A 시장에서는 복수의 원매자들이 힘을 합쳐 인수에 나서는 형태가 적지 않았다. ‘하나보다 나은 둘’을 표방하며 다채로운 정보 공유와 전략으로 합리적인 인수에 나선다는 계산이 ‘연합군’ 전략으로 이어진 것이다.

수 백억원에서 조 단위 거래가 오가는 M&A 거래에 참여해 트랙레코드(투자경험)를 쌓고 해당 인연을 계기로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매력으로 꼽힌다. 앞으로도 연합군 형태로 매각전에 나서는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M&A 대세 전략으로 떠오른 연합군

연합군의 활약상은 하반기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GS그룹이다. 국내 1위 보톡스 업체인 휴젤(145020)과 국내 배달 서비스 시장 2위 사업자인 요기요 인수에 나서며 뜨거운 3분기를 보냈다.

GS그룹은 지난 8월 PEF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IMM인베), 아시아 헬스케어 전문 투자 펀드 CBC 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와 컨소시엄을 꾸려 휴젤 새 주인에 올랐다. GS그룹은 IMM인베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각각 1억5000만 달러(약 1750억원)를 투자해 휴젤 해외 법인 지분 27.3%를 취득했다.

GS리테일은 같은 달 또 다른 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 퍼미라와 컨소시엄을 꾸려 배달 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가와 2000억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포함해 GS리테일이 요기요에 투자한 금액은 총 3000억원 규모다.

헬스케어와 퀵 커머스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던 GS그룹은 단독으로 인수전에 나서는 대신 M&A 시장에 정통한 국내외 PEF 운용사와 손을 잡으면서 빅딜을 일궈냈다.

롯데그룹도 한샘(009240) 인수를 위해 조성한 펀드에 앵커(핵심) 투자자로 참여하며 눈길을 끌었다. 롯데쇼핑(023530)은 지난 9월 PEF 운용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한샘 지분 인수를 위한 펀드 참여를 확정받았다. 앞서 롯데쇼핑은 이사회를 통해 해당 PEF에 2995억원 출자를 결의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3월에도 유진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오퍼스 프라이빗에쿼티(PE)가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로 참여했다. 전체 거래 금액 약 1150억원 가운데 롯데쇼핑이 약 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며 메인 투자자로 올라섰다.

지난달에는 1세대 이커머스 매물인 다나와(119860)코리아센터(290510)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이 과정에서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승자의 저주 피하고 향후 의기투합 가능

연합군 형태는 대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들이 M&A 시장을 잘 아는 PEF나 자문사와 손을 잡고 나서는 경우가 가장 많다. M&A로 시너지를 노릴 수 있는 기업이 PEF와 인수에 나선 뒤 성과 보수 지급이나 지분 일부를 주는 방식으로 의기투합하는 형태다.

이러한 흐름이 대세를 이룬 데는 단독 인수에 나섰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작용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양측 입장에서 따져봐도 협업 과정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줄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PEF 운용사들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의 밸류업(가치상향)에 대한 확신이 들지만 금액이 부담인 경우가 있다. 반대로 중장기 비전을 짜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투자 전략이나 밸류업 플랜에 있어 경험 부족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윈윈(Win-Win)’ 구조를 짠 것이다.

새해에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략과 자금 마련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더 적극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이나 인수펀드 투자 형태는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데다 양측 모두 해당 분야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어 최근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수 과정에서 리스크를 줄이면서 접근하는 인수 방식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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