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은 전날 대법원 판결 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무소속의 길을 가면서 야권통합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 혹은 국민의당과 중통합이 되면 양당구도가 되지 않나. 시민단체 인사들이 야권단일화 운동을 위해 대화를 하고 있는데 저도 거기에 동참해서 함께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기존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이 통합해 만든 당으로, 박 의원은 소통합·중통합·대통합을 거론하며 민주당과 국민의당, 민주당과 더민주가 먼저 중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박 의원은 “호남에서 경쟁하면 비호남권에서는 총선 참패”라며 “살기위해 통합해야지, 최소한 당대당 통합이 안되면 연합이나 연대, 단일화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강조했다. 어느 한 당에 몸을 담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아 야권통합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또 무소속으로 있는 것이 야권과 호남권에 대한 박 의원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를 총선 때 까지 이어갈 수는 없다. 변수는 야권 통합과 당선 가능성이다. 더민주와 민주당,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중통합 성사에 따라 중통합된 당을 택할 수도 있다. 여건도 좋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김종인 대표는 최근 박지원 대표와의 통화에서 ‘무죄로 파기 환송될 경우 당으로 다시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더 적극적이다. 김재두 대변인은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박지원 의원님에게 위로 말씀을 전한다”면서 “더 큰 활약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박 의원에게 손짓했다.
야권 관계자는 “박 의원이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통합을 주장해온 만큼, 중통합을 촉진하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대통합을 매개하기 위해 한 야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총선에서의 당선 가능성도 선택 기준이다. 현재 박 의원 지역구인 목포에는 8명의 예비후보자가 등록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박석만 H&P 법률사무소 전 상임고문과 한영배 법무사, 더민주의 조상기 전 KBS 이사, 국민의당에서 유선호 전 의원, 배종호 세한대 초빙교수, 정의당은 서기호 의원, 무소속으로는 김한창 전 국민권익위원회 상근 전문위원, 송태화 제이앤 컴퍼니 대표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자가 확정돼도 박 의원을 제외하고도 최소한 6명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속 박 의원에게는 불리한 여건이다. 야권 후보가 난립됐기 때문에 현역인 박 의원이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20~30%의 정당 지지표가 없는 것은 큰 약점이다. 혼자 고군분투해야 하는 박 의원이 더민주나 국민의당에 입당하면 정당 지지표에다 개인 지지표를 더해 손쉽게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
박 의원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내달초 각 당이 공천작업에 들어갈 때 박 의원이 의외의 선택을 할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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