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권의 최대 키워드가 바로 이 ‘관치’다. 금융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관리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너무 빠르게, 불규칙하게, 불확실하게 흐르는 경향이 강해 정부의 관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칫 관치를 잘못했다가는 시장에 혼란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대표적이다. 금융사들이 예금 이자는 안올리고, 대출 이자는 높혀 예대율마진을 늘리고 있다는 비난이 일자,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도입했다. 은행들이 강제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채권시장이 어려움을 겪자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 수요가 늘자, 당국은 은행에 ‘은행채 발행 자제 및 기업대출 확대’ 등 구원투수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도 줄이고, 기업대출도 늘리려면 예금 등 수신금리를 올리는 방법뿐이었다.
안일한 관치로 시장 혼란을 부추긴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올해 하반기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다. 강원도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부동산 PF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부도 위기에 몰렸는데도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거부하면서 지방채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졌지만 당국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와 관련해선 지난 9월부터 당국과 논의를 해왔지만, 시장 혼란을 예상치 못한 채 오히려 흥국생명 결정을 지지했다.
관치를 ‘다스리는 것’으로 해석하는 선민의식을 지닌 금융관료들은 인사개입도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금융전문가란 그럴싸한 포장지를 씌우고, 주인 없는 금융그룹을 여러 방식으로 압박한 뒤 관료 출신을 앉히는 전형적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