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업체는 모두 더 나은 거래소 이용자경험(UX)과 이용자 관심을 끌 만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이용자 선택을 받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했고 규제 이슈로 공격적인 신규 상장이 어려운 점을 고려한 행보다. 카카오뱅크 참전으로 지난 2년간 굳어진 ‘80:15:5(업비트:빗썸:코인원)’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도 관전포인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원과 카카오뱅크는 이달 중 실명계좌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시스템 연동 준비를 완료했다.
지난 2일 카카오뱅크 김석 최고전략책임자(CSO)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1월 중 코인원 고객에게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제공해 가상자산 거래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도모하고자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 8월 말 실명계좌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석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서비스 개시까지 순조롭게 진행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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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업계는 코인원과 카카오뱅크의 조합이 시장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인원과 카카오뱅크가 시너지를 낼 경우 압도적인 1위 업체 업비트는 몰라도, 1위와 큰 격차가 나는 2위 업체 빗썸은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직 빗썸이 코인원 보다 3배 이상 많은 거래량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고 뒤집기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특정 코인 가격이 급상승하는 등 단발적인 이슈에 따라 점유율이 5%까지도 쉽게 움직이는 게 가상자산 거래 시장이다. 업비트가 지난 2020년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실명계좌를 연동한 후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는 점도, 코인원의 2위 쟁탈을 해볼만 한 도전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거래소 UIUX·신규 상품 경쟁 치열해질 듯
빗썸과 코인원의 경쟁은 더 쓰기 편한 거래소 이용자경험(UX), 거래 이외에 관심을 끌 수 있는 신규 상품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올해 문제가 된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신규 코인 상장이나 공격적인 마케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UX는 빗썸과 코인원이 모두 지속 개선해야 하는 과제다. 여전히 업비트에 비해 빗썸과 코인원의 거래창이 불편하다는 투자자 의견이 많다.
이런 배경에서 빗썸은 최근 ‘거래화면 내 원화 간편 입금’ 기능을 추가하고 △가상자산 유형·테마별 탭 구성 △호가창 UI 개선 △거래화면 내 보유자산 팝업 노출 등의 기능을 추가한 베타앱을 선보이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가 앞서나살 수 있었던 이유 서비스의 반응속도나 거래창 이용자환경(UI)·UX가 뛰어났고, 여기에 케이뱅크라는 날개까지 단것이다. 빗썸과 코인원도 결국에는 거래 환경 개선이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중앙금융(DeFi·디파이)이나 스테이킹(예치 서비스) 등 상품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스테이킹 상품 분야에서 양사의 신경전은 벌써 뜨겁다. 빗썸은 최근 자산 동결 없이 최대 연 12% 리워드를 제공하는 ‘빗썸 플러스’를 선보였다. 기존 스테이킹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리브랜딩한 상품이다. 이 상품을 놓고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코인원은 몇 년전부터 ‘코인원 플러스’를 운영해 왔다”며 빗썸이 베끼기 오픈을 했다고 공개 저격했다. 결과적으로 양사의 건전한 서비스 경쟁은 이용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궁극적으로는 정부 당국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줘야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후생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지금은 실명계좌를 발급받는데 너무 많은 제한이 있어서 시장 구조가 바뀌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정부 당국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준다면 ,거래소들도 더욱 긴장하고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