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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구시 달서구 에스엘 성서전자공장. 무인운반차(AGV) 위에 로봇팔을 단 ‘이동식 협동로봇’이 막 생산된 자동차 램프모듈 제품의 바코드를 찍어 물류창고로 실어나르고 있었다.
서영주 에스엘 전자공장 총괄 공장장은 “로봇이 공장 내 150m 정도 거리를 정해진 이동 경로로 움직이면서 제품 등록부터 적재, 이송 작업을 담당한다”며 “항상 일정한 흐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정 효율도 높고 안전성도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작업자들이 일일히 제품을 대차(카트)에 싣고 창고로 옮기던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해당 공정을 담당하던 직원들은 다른 생산라인으로 돌려 더욱 효율적인 인력 배치가 가능해졌다.
서 공장장은 “작업자가 바코드를 찍다보면 놓치는 경우도 생기고,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피로도가 쌓여 공정 진행 속도도 일정하지 않았다”며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기업도 ‘예측가능한 공정’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견·중소 제조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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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공장장은 “값비싼 산업용 로봇을 설치했는데, 막상 이동하면서 작업을 못한다고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공정 스마트화를 위해 협동로봇 연구를 진행하던 중 규제자유특구를 알게 돼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대구 특구에서 중점 추진하는 실증사업은 ‘자동화 제조공정’ 분야다. 이동식 대차(무인운반차)와 로봇팔을 결합한 이동식 협동로봇을 통해 △자동차 도어래치 제조 △자동차 부품 용접 △대형 압력탱크 제조 △자동차 램프모듈 제조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현대로보틱스와 야스카와(YASKAWA), 쿠카(KUKA) 등 글로벌 로봇 전문기업이 입주해 있어 관련 산업 발전의 최적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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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 역시 실증사업 이후 이동식 협동로봇 관련 안전 기준이 마련되면 스마트공장 고도화 등 여러 사업모델 도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토대로 이동식 협동로봇 국제표준까지 마련한다는 게 특구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미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 등 해외 기관들은 이동식 협동로봇 국제 표준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이 지난 2018년 7억달러(90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120억달러(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특구는 제조 현장의 효율성 증대를 넘어 스마트공장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로봇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검증해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실증 데이터를 활용한 안전 기준 마련으로 전 세계 로봇산업 표준 선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