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쪼개, 교복입고…김복동 할머니 빈소에 시민 발길 이어져

점심 시간 짬내서 김 할머니 빈소 방문한 학생과 직장인
시민 "죄송한 마음에 방문…할머니의 염원 이뤄지길"
진선미 장관 "평양 방문이 꿈이었던 김 할머니"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빈소 마련…시민에게 공개
  • 등록 2019-01-29 오후 1:44:31

    수정 2019-01-29 오후 2:03:08

29일 서울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28일 밤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김 할머니의 생전 바람처럼 시민장으로 치르는 이번 장례식에는 유명 인사와 시민의 조문 발길이 계속됐다. 김 할머니의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에 마련했고 29일 11시부터 조문이 시작됐다.

점심시간 짬 내서 빈소 찾은 시민들

낮 12시 점심시간이 되자 검은색 옷을 차려입은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쉬는 시간에 맞춰 빈소를 방문했다는 직장인 박모(57)씨는 “김 할머니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왔다”며 “역사의 아픔을 혼자 감내하신 할머니를 위해 우리가 해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박씨는 “할머니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은 반성해야한다”며 “위안부를 용기 있게 고백한 할머니의 모습에 평소 감동해왔다”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과 단체로 방문한 시민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정모(28)씨는 직원 8명과 함께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장례식장에 방문했다. 정씨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침에 뉴스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직원들 다수가 김 할머니 빈소에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출근했다”고 했다.

교복을 입은 10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은평구 선정국제관광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지원(17)씨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김씨는 현재 교내 동아리 ‘Girls Remember Girls(GRG)’에 소속 중이다. 이 동아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모금 활동과 수요 집회 활동을 주로 한다. 김씨는 “친구들 5명과 함께 할머니를 보내드리기 위해 왔다”며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할머니들의 아픔이 빨리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 나문희씨·진선미 장관 방문…“할머니의 염원 이루기 위해 노력”

정치인 등 유명인사의 방문도 이어졌다. 오전 11시 20분경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주제로 한 영화 ‘아이캔스피크’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배우 나문희씨가 빈소를 방문했다. 이후 12시경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장례식을 찾기도 했다. 진 장관은 기자들과의 만나 생전 김 할머니의 모습을 회상했다. 진 장관은 “김 할머니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평양도 저와 같이 가자고 하셨다”며 “성폭력 문제나 여성인권문제 등 할머님들에게 관심을 가지셨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를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린 인물로 평가된다. 1992년 최초로 유엔인권위원회에 파견돼 위안부 사실을 증언했고, 1993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후 2000년에는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에서 원고로 참여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1925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만 14세인 1940년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피해를 당했다. 김 할머니는 해방 이후 1947년 귀향했다.

김 할머니는 1년여 동안 암 투병을 해왔으며, 3주 전부터 병원에 재입원해 마지막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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