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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짬 내서 빈소 찾은 시민들
낮 12시 점심시간이 되자 검은색 옷을 차려입은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쉬는 시간에 맞춰 빈소를 방문했다는 직장인 박모(57)씨는 “김 할머니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왔다”며 “역사의 아픔을 혼자 감내하신 할머니를 위해 우리가 해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박씨는 “할머니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은 반성해야한다”며 “위안부를 용기 있게 고백한 할머니의 모습에 평소 감동해왔다”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과 단체로 방문한 시민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정모(28)씨는 직원 8명과 함께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장례식장에 방문했다. 정씨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침에 뉴스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직원들 다수가 김 할머니 빈소에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출근했다”고 했다.
배우 나문희씨·진선미 장관 방문…“할머니의 염원 이루기 위해 노력”
정치인 등 유명인사의 방문도 이어졌다. 오전 11시 20분경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주제로 한 영화 ‘아이캔스피크’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배우 나문희씨가 빈소를 방문했다. 이후 12시경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장례식을 찾기도 했다. 진 장관은 기자들과의 만나 생전 김 할머니의 모습을 회상했다. 진 장관은 “김 할머니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평양도 저와 같이 가자고 하셨다”며 “성폭력 문제나 여성인권문제 등 할머님들에게 관심을 가지셨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00년에는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에서 원고로 참여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1925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만 14세인 1940년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피해를 당했다. 김 할머니는 해방 이후 1947년 귀향했다.
김 할머니는 1년여 동안 암 투병을 해왔으며, 3주 전부터 병원에 재입원해 마지막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