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 대한 잇따른 검찰 압수수색과 최고경영자(CEO)들의 소환조사로 매년 12월 초 단행했던 연말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삼성서초사옥 42층에 있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사무실 등에서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앞서 삼성은 지난 8일에도 검찰의 1차 압수수색을 받았다. 삼성 본사가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수사 당시 태평로 본사 압수수색 이후 약 8년 만이었다. 지난 15일에는 제일기획도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과 최순실 대가성 여부’ 의혹 집중 수사
지난해 마무리된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은 ‘삼성과 최순실의 관계 및 대가성 여부’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마위에 올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지난해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가결됐다. 당시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에 반대하며 세 몰이에 나서 뜨거운 찬반 논란이 일었다. 당시 10%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 국민연금이 찬성하면서 합병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지분을 거의 같은 금액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합병으로 인해 이익과 손해가 대부분 상쇄된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가 보유한 바이오부문의 사업에 대해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옛 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 0.35주로 교환하는 1대 0.35의 합병비율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향후 미래 사업전망을 볼 때 충분히 상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최순실씨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는지 여부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내달 5일 청문회 증인출석도 부담
삼성이 최씨 모녀의 지원에 대가성이 있었고, 이같은 ‘민원’이 청와대에 전달돼 국민연금의 결정에 영향이 끼친 것으로 밝혀진다면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처음으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경영권 승계와 연관된 삼성물산 합병 이벤트에 공적 연금을 동원했다는 게센 비난에도 직면할 수 있다.
삼성은 검찰의 수사와 각종 의혹제기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삼성물산 합병 건은 지난해 이미 해명이 끝났고, 여러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도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주총에서 합병 통과를 위해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소액주주들까지 일일이 설득에 나섰었다”면서 “지난해 이미 해명이 됐던 사안이 또다시 논란이 되는 것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주총에서 합병안건 통과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직접 만나 합병 배경과 향후 사업계획 등을 설명할 정도로 전사적으로 합병성사에 나섰던 시기로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내달 5일 예정된 국회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다른 10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히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할 지 알수 없어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특히 야권은 ‘삼성이 경영권 문제를 풀기 위해 박 대통령과 밀접한 최씨 일가에게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어 집중적인 질문공세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