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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들어선 ‘암사 프라이어 팰리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98㎡짜리 아파트의 현재 매매가격은 4억~4억3000만원으로 전셋값(4억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인근 고덕동 이영분 삼성공인중개사 대표는 “집주인이 팔려고 내놓은 매물은 넘쳐나는데 전세 물건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대로 가다간 이 아파트의 전세와 매매의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이은 전·월세 대책을 비웃듯 매매가에 육박한 전셋집이 크게 늘고 있다. 대부분 입지는 좋지만 오래된 ‘나홀로’ 아파트나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지역 중심으로 매매가와 차이가 없는 전셋집이 증가하는 추세다. 집값은 제자리인데 전셋값만 오르기 때문으로, 전국 평균 매매가보다 비싼 전셋집이 전국에 100만 가구 가까이 이른다.
“매매가 웃도는 전셋집 전국에 100만 가구”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15일 현재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억8664만원으로, 이 보다 비싼 전셋집은 전국에 걸쳐 99만6171가구에 달한다. 전국 전세아파트 648만 990가구의 약 15% 규모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래 최다치다. 조사 첫 해인 2006년 평균 매맷값보다 비싼 전셋집이 29만3718가구였던 상황과 비교하면 현재 세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서울의 경우 대부분의 전셋집이 전국 평균 매매가보다 비싸다. 부동산써브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에선 전셋값이 2억8600만원을 넘는 아파트가 약 60만1792가구에 이른다. 경기(28만6908가구)·인천(1만3082가구) 등 수도권에서 평균 매맷값보다 비싼 전세 가구가 전체의 90%(90만1782가구)를 차지했다.
‘깡통 전세’ 우려 커져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느치미마을 주공4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59㎡형 매매 시세는 1억8500만원인 반면, 전셋값은 1억8000만원이다. 서울에서도 성동구 성수동 동아그린아파트(전용면적 84㎡) 매매가격은 평균 3억6000만원으로 전셋값(3억4000만원)과는 2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를 웃도는 것이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지역의 아파트들도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의 경우 재건축 수요가 몰리면서 3~4개월 동안 전셋값이 4000만~5000만원 정도 뛰었다. 이러다보니 인근 강일동 고덕리엔파크 1단지 전용면적 59㎡형 전셋값은 현재 3억6000만원 선으로 매매가(4억원)를 바짝 따라붙은 상태다. 2011년 입주한 고덕 아이파크(옛 고덕 주공1단지)도 전용면적 85.07㎡형 매매가가 6억원인 반면 전셋값은 5억50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고삐 풀린 전셋값 때문에 집주인이 아파트를 팔아도 전세금과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다보니 일부에선 전세 물건을 제대로 보지 않고 계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깡통 주택의 경우 전세 계약 기간에 집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