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할부로 車영업비용 늘면 결국 고객 손해"

카드·캐피탈 영업비용 내주다 혜택 줄여야할 판
장기적으로는 차값 인상 우려도
  • 등록 2014-11-11 오후 5:48:04

    수정 2014-11-12 오전 8:26:38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복합할부가 확산하면 카드 수수료로 지급으로 자동차 회사들의 영업비용이 늘어나면서 전체 고객에게 제공할 프로모션 재원이 줄어들어 대다수 고객들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복합할부는 차를 사기 위해 캐피탈(할부금융)사를 찾은 고객이 카드로 차 값을 일시불 결제하면 카드사가 자동차 회사로부터 가맹점 수수료(1.9%)를 받아 이중 일부를 캐피탈사(1.37%)에 지급하는 상품이다. 캐피탈사는 이를 영업비용으로 쓰고, 카드 결제 고객에게도 0.2%의 캐시백이 지급된다.

자동차 회사를 제외하고는 카드사나 캐피탈사 자동차 구매 고객 모두가 ‘윈윈’하는 금융상품으로 보인다. 카드사도 고객에게 돌아가는 캐시백 혜택을 앞세워 복합할부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복합할부가 계속해서 늘어나면 결국 대다수 고객들은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매년 판매 관련 예산을 책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영업관련 비용은 물론 차종별 할인, 무이자·저금리 할부, 각종 고객 대상 마케팅 프로그램 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달에 아반떼 구매고객에게 1.9%까지 금리를 낮춘 할부상품을 제공하고, i30 고객에게 50만원의 차값 할인혜택을 주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복합할부로 인해 금융비용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 자동차회사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고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프로모션을 줄일 수 밖에 없다. 복합할부를 이용한 매출은 2010년 8654억원에서 지난해 4조 5906억원으로 3년새 5배 이상 급증했고, 자동차 회사가 부담한 가맹점 수수료도 2010년 164억원에서 지난해 872억원으로 431.7%나 증가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체 자동차 구매 고객 중 10%에 해당하는 복합할부 이용에 따른 수수료 지급 때문에 현금이나 일반할부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고객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금리 할부가 줄어들게 되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저소득·저신용 고객들은 타격이 더 크다. 장기적으로 수수료 비용이 계속 증가하면 차량 가격에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자동차회사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자동차업계는 자동차 시장에서 복합할부 비중이 더 커지게 되면 다른 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고도 지적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할부나 현금 어음으로 지불하고 있는 아파트 중도금, 선박, 기계류, 의료기기 등 다른 산업은 물론 대형 상용차, 중고차 시장에서까지 복합할부가 일반화하면 가맹점 수수료율을 명분으로 금융권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추가 비용은 결국 상품 가격으로 전가돼 또 다른 혼선과 대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와 KB국민카드는 협상 기한을 오는 17일까지로 연장했다. 현대차는 현행 1.85%인 가맹점 수수료율을 0.7%로 낮춰달라고 한 당초 요구안에서 한 발 물러나 1~1.1% 수준으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KB국민카드는 기존 입장인 1.75%를 고수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적정 수수료율(1.75%) 이하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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