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 측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당무 거부 상태인 이 대표는 부산을 돌며 윤 후보 측을 향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선대위 운영을 우선순위에 두고 이 대표 설득 작업을 후순위로 미뤘다. 이 대표 없이도 선대위를 출범시킨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어느 한 쪽도 물러서지 않는 극한의 대립이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방문, ‘겨레의 함성관’에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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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1일 이 대표의 당무 거부와 관련해 “당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기로는 이 대표는 당무를 거부한 상태도 아니다”라며 “부산에서 계속 선거운동 계획과 시행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당무와 선대위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태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와의 직접 만남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서울을 올라가 봐야 (안다). 오늘은 일단 충청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 듣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다”며 “이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생각을 해보겠다”고 확답을 피했다. 대선 후보로서의 일정 소화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멀티트랙으로 가야 한다. (선대위는) 멈출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설득 작업보다 선대위 출범을 최우선 순위로 둔 것이다. 이 대표 설득작업은 ‘멀티트랙’이라고 지칭해 여러 사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전날부터 당무 거부 상태인 이 대표는 부산을 찾아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심야회동을 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부산 방문 자체만으로도 2016년 ‘옥새파동’을 연상시키고 있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친박계의 공천 압박에 당무를 회피하며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을 찾은 바 있다. 내홍은 총선 참패로 귀결됐다.
이 대표의 정치 행보는 장제원 의원의 부산 사무실을 기습적으로 방문하며 절정을 이뤘다. 장 의원은 윤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백의종군’ 했다. 이 대표 측은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격려 차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윤 후보 측근인 장 의원 사무실을 방문 자체로 ‘정치적 경고장’을 내민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전날 권성동 사무총장이 이 대표의 서울 노원구의 사무실을 찾은 것에 맞불 작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전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사진=이준석 대표 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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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상경하지 않고 지방 순회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에 이어 전남 순천으로 향했다. 전날 이 대표와 회동을 한 장 전 의장이 “오늘 (이 대표가) 상경할 것으로 보였다”고 전해 상경설이 제기됐지만 이 대표 측에서 “상경 계획이 없다”고 반박해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 대표는 2일 열리는 당 선대위 회의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말을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각자 주중 일정을 소화하며 냉각기를 가진 뒤 주말을 기점으로 만남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윤 후보가 이 대표를 직접 찾아 오해를 풀고 갈등을 해소하는 그림이다. 이를 통해 윤 후보는 리더십과 관련한 일각의 우려를 제거할 수 있고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번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윤 후보가 직접 나서야 한다. 측근을 통한 해결은 힘들것”이라며 “윤 후보 측근과 이 대표의 갈등이 원인인 만큼 후보가 직접 나서서 이 대표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 후보가 이 대표 문제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상속세 폐지와 관련해 “여론은 좋지 않다. 우리나라 상속세가 상속을 받는 사람 기준으로 해서 계산을 안 하고, 피상속인의 상속 기준으로 과세돼서 현실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과세)받는 사람이 실제로 받는 이익에 비해 과도하다”며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