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우리나라 인수합병(M&A)시장이 올 하반기 들어 두산·한진그룹과 사모펀드(PEF)운용사 간의 주요 계열사 및 자산 매각 작업 등으로 상반기 대비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사들도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 CJ, 대림, KCC, 현대백화점 등이 액정표시장치(LCD)와 케이블TV 등 비핵심 사업 매각도 두드러졌다.
| 국내 M&A 시장의 올 상·하반기 월 평균 거래대금 및 거래건수 추이. (자료=딜로이트안진·단위=조원·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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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투자은행(IB)업계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등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7~8월 두 달간 국내 M&A 시장의 거래 규모는 약 9조원에 달했고 거래 건수는 70여 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상반기 월 평균 거래 건수가 20~30건, 거래대금은 3조 중후반 수준을 보였던 것에 비해 건수는 40%, 대금은 2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두산그룹과 한진그룹 등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며 거래 규모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두산그룹은 이달 들어 PEF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두산 및 대주주 등이 보유한
두산솔루스(336370) 지분 52.93%를 6986억원에 매각했다. 또 두산모트롤BG도 소시어스-웰투시 컨서시엄을 최종 인수자로 결정했다. 매각 금액은 453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도 매각을 위해 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자문사로 선정, 오는 22일 예비입찰을 진행할 전망이다. 한진그룹도 지난달 25일
대한항공(003490)의 기내식 및 기내면세품 판매사업을 PEF인 한앤컴퍼니에 9906억원에 매각하기로 ‘영업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또
한진칼(180640)은 100%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가 보유한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비핵심 사업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말엔 현대백화점그룹이 케이블TV 시장 5위인 현대HCN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KT스카이라이프를 선정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약 6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J그룹은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홍콩계 PEF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지난해 매각했고 7월엔 CJ푸드빌이 보유한 잔여 지분 15%(약 710억원)도 전량을 넘겼다. 이어 국내 2위 베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매각도 딜로이트안진을 자문사로 선정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의 건설사업부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삼성디스플레이도 대형 패널 사업에서 QD(퀀텀닷)디스플레이로의 사업 전환을 선언하며 중국 쑤저우 LCD생산라인을 현지 업체인 TCL테크놀러지에 10억 8000만달러(약 1조 3000억원)에 매각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M&A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활발히 추진됐다. SK그룹은 SK㈜가 중국 데이터센터업체인 친데이터그룹에 약 36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고, SK건설은 종합환경관리업체인 EMC홀딩스를 1조 500억원에 어펄마캐피탈로부터 인수했다. SK텔레콤의 관계사인 인바이츠헬스케어는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을 만드는 바이오코아 지분 26.91%를 최대주주인 홍콩디안과기유한공사로부터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2차 재확산 등으로 장기화로 인해 국내 주요 그룹사들의 사업 구조 개편도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며 “국내 M&A 시장도 매각 물건이 상반기 대비 늘고 매각 거래도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