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업체 온세미컨덕터는 미국 페어차일드를 24억달러(약 2조794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1957년 설립된 ‘반도체 1세대 업체’인 페어차일드는 지난달 매물로 나온 후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가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다. 페어차일드는 이후 유럽 최대 반도체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온세미컨덕터의 품에 안겼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반도체 업계 M&A는 1200억달러를 넘어섰다. M&A 건수로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지만 워낙 대형계약이 많아 규모로는 최대인 셈이다.
거래규모가 10억달러 이상인 M&A만 14건에 달했다. 싱가포르 반도체업체 아바고가 미국 무선칩 제조업체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바고의 M&A 한 건 규모만 지난해 평균치의 세배 이상이다.
레이먼드 제임스 앤 어소시에이츠 소속 애널리스트 스티브 스미지는 “반도체 업계가 예전만큼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내 최소 한 두 건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만만치 않다. 우선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아날로그디바이시스가 시가총액 112억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업체 맥심인터그레이티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200억달러 이상의 순현금을 쌓아둔 퀄컴 역시 먹잇감을 찾고 있다. 퀄컴은 스마트폰용 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해 M&A를 지휘할 전직 애널리스트를 영입한 상태다. 퀄컴이 살만한 기업으로는 시가총액 120억달러인 자일링스가 꼽힌다.
중국 국유 투자그룹 칭화유니그룹의 식욕도 왕성하다. 칭화유니그룹은 향후 5년 동안 M&A에 470억달러를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초 마이크론에 230억달러 규모로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저금리 상황도 반도체 업계 M&A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온세미컨덕터는 이미 8억5000만달러의 순부채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4억달러를 더 차입하기로 했다. 아바고와 인텔 역시 인수를 위해 부채를 끌어다 썼다.
반도체업체 가격도 아직은 살만한 수준이다. 이른바 ‘반도체 업종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올 들어 4% 하락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5년 평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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