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편의점 비닐봉투 제공 이제 못 하는 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계도기간을 또 1년 준다니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얘기인지.”
오는 24일부터 시행 예정인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책을 두고 편의점, 카페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부터 비닐봉투 등을 지급하면 과태료를 문다고 해서 준비 중인데 시행 2주 전에야 다시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회용품 규제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하지 않고 시행을 목전에 이리저리 재조정하면서 현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 주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소비되는 일회용컵이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의 한 커피 전문점에 놓인 일회용 컵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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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24일부터 매장면적 33㎡ 이상 편의점(비닐봉투), 3000㎡ 이상 대형마트·백화점(우산비닐), 카페·식당(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를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확대 시행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닐봉투의 경우를 보면, 현재는 대규모 점포(3000㎡)와 슈퍼마켓(165㎡)에서만 비닐봉지 사용·무상 제공이 금지되지만 33㎡ 이상의 소매 점포인 편의점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위반 시 과태료 최대 3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가 시행을 2주 앞둔 지난 1일 이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업주들 입장에선 과태료 부과 유예가 반길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규제가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 정부의 일회용품 관련 규제는 계속 삐걱거렸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2년여 준비 끝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불과 3주를 앞두고 오는 12월로 6개월 유예했다. 컵 회수 시스템 등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정책을 시행했다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와서다.
특히 이번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 상당수 편의점이나 카페 및 소규모 점포에선 해당 정책의 취지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행에 임박해 ‘현실성’을 고려해 정책을 바꾸기 급급하기보다 애초부터 철저한 사전 조사와 현장 적용 가능성을 판단해 정책을 시행해야 소상공인도 소비자도 적극 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