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신용카드 캐시백 제외한다는데…토리버치·코치는?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하반기 소비 진작을 위해 1조원 이상 예산을 투입하는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을 두고 벌써부터 논란이 뜨겁다.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 등을 대상에서 제외해 기대한 만큼 소비 활성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데다 명품, 내구재 등 캐시백 제외 제품의 범위가 애매해서다. 1인당 30만원의 혜택을 받으려면 300만원 이상을 써야 해 효율이 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명품 구매를 위해 명품관 앞에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 등 대상 제외

29일 정부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2차 추경안에 카드사용액 증가분을 캐시백으로 환급해주는 상생소비지원금을 신설할 예정이다.

상생소비지원금은 2분기 월평균 카드사용액과 비교해 8월부터 매달 3% 이상 증가한 카드사용액에 대해 10%씩 환급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2분기 월평균 카드사용액이 100만원이고 8월 153만원을 썼다면 3% 증가분(3만원)을 제외한 50만의 10%인 5만원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정부가 해당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1조원 이상이다. 1조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10조원 규모의 카드 추가 사용에 대한 캐시백을 추진하는 셈이다. 1인당 월별 10만원씩 30만원 한도로 운영하며 우선 3개월 시행 후 집행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제도 시행을 두고 벌써부터 논란이 뜨겁다.

우선 캐시백 적용 대상이 불명확하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캐시백 대상은 개인이 보유한 모든 카드 지출액이지만 이중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명품전문매장·유흥업소 사용액과 차량구입비 등은 제외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했던 곳은 빼고 식당 등 대면서비스 업종 위주로 소비 진작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백화점은 제외하는데 면세점이나 아웃렛은 포함하는지 또는 대형마트의 기준을 어디까지 정할지 여부 등 세부 사용처에 대해서는 아직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전문매장도 구분이 쉽지 않다. 어느 브랜드를 명품으로 정할지 등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어서다.

한훈 기재부 차관보는 “명품전문매장은 대부분 백화점에 있는데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일부 매장들을 보니 면세점에 있는 경우, 프리미엄 아웃렛에 입점한 경우, 청담동 같이 일부 오프라인에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부분들을 통칭해 명품전문매장이라고 하고 명품 기준은 통상 국민의 눈높이에서 어디까지 포함할 건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캐시백 사용처에 대해 조정의 여지를 남겨놨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용처가 좀 제한적이다”라며 “(논의 과정에서) 미세조정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카드 2분기 얼마 긁었나…전국민 전수조사

국민들이 캐시백 혜택을 받기 위해 얼마를 더 써야 하는지도 지금으로선 알 방법이 없다.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을 산출하려면 전체에서 백화점·마트 등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곳의 사용액을 빼야 한다. 일일이 카드 내역을 들여다봐야 할 뿐 아니라 제외 대상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사실상 추산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2분기 월평균 금액을 산정할 때 캐시백 기준 대상에 얼마 썼는지를 뽑을 것”이라며 “7월 중 카드사들과 작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민 2분기 카드 사용액 정리와 8월부터 캐시백 등 작업을 카드사가 진행하면서 민간 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7개 전업 카드사의 영업수익은 973억원인 반면 인프라 구축 등에 사용된 영업비용은 1053억원으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

이에 대해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카드 사용액이 늘어나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는 측면이 있고 반대로 행정비용이 드는 측면도 있다”며 “준비 과정에서 카드사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충분히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큰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 등을 제외하고 예상한 만큼 소비 활성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1조원 가량의 재정의 투입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백화점·마트 등을 제외한데다 캐시백 형태로 환급하는 형태의 정책으로는 소비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같은 금액의 재정 지원이라면 취약계층을 좀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승수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