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0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앞서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발언으로 사과한 지 불과 보름 만에 또다시 논란성 발언으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또 당 안팎에서 강경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지도부는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가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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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치고 당에도 큰 부담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자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우파 진영에는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들이 잘 없었는데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우파 진영의 활동 무대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도 전광훈 목사 예배에서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이 “불가능하다”고 발언했다가 한 차례 사과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두 다 저의 잘못”이라며 “앞으로 ‘전’자도 꺼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 당선에 전 목사의 역할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 점에 여러 가지 생각이 있겠지만 전 목사님이 입당시킨 우리 당의 당원 숫자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내년 총선을 불과 1년여 앞두고 당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5·18 발언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당시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김 최고위원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에 해악이나 끼치는 천방지축 행동을 방치하게 되면 당의 기강은 무너지고 당의 지지율은 더욱 폭락한다”며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을 촉구했다.
다만 지도부는 제명 등의 강경 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김기현 대표는 전했다. 김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이 SNS 글을 포함해 세 차례 사과했고 오늘 공개적으로 구두 사과했다”며 “우여곡절이 있지만 그간의 발언이 국민 정서에 적합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는 것을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이런 언행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차후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그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은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