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외 연구팀이 그래핀 나노층 구조에 1000배 넘게 응축돼 가둬진 중적외선 파동 이미지를 처음 얻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장민석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팀이 초미시 영역에서 전자기파의 거동을 관측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분자 검출 분야나 전기광학소자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장민석 교수(오른쪽)와 세르게이 박사(오른쪽).(사진=한국과학기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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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수 나노미터 크기의 도파로에 초고도로 응축된 ‘그래핀 플라즈몬’을 이용했다. 그래핀 플라즈몬이란 나노 물질 그래핀의 자유 전자들이 전자기파와 결합해 집단으로 진동하는 현상이다. 최근 이 플라즈몬들이 빛을 그래핀과 금속판 사이에 있는 아주 얇은 유전체에 가둬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그래핀의 전하들이 금속판에 영상 전하를 만들고, 빛의 전기장에 따라 그래핀의 전자들이 힘을 받아 진동해 금속에 있는 영상 전하들도 함께 진동하는 ‘어쿠스틱 그래핀 플라즈몬(AGP)’이 발생한다.
이 방식에서는 광학적 파동을 수 나노미터 정도의 얇은 구조에 응집시킨다. 따라서 외부로 새어 나오는 전자기장의 세기가 매우 약하다. 따라서 직접적인 광학적 검출 방법으로는 존재를 알아내지 못했고, 원거리장 적외선 분광학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AGP의 존재를 확인해야 했다.
장민석 교수와 메나브데 세르게이 박사후연구원은 민감도가 높은 산란형 주사 근접장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나노미터 단위의 도파로를 따라 진동하는 AGP를 검출했고, 중적외선이 천 배 넘게 응축된 현상을 시각화했다. 해당 나노 구조들은 오상현 미국 미네소타대 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이 제작했고, 이영희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팀이 그래핀을 합성했다.
일반적인 그래핀 플라즈몬 기반의 광학 장치들은 그래핀에서 에너지 흡수율이 커 높은 성능을 보이기 어렵다. 반면 AGP의 전자기장 대부분은 그래핀이 아닌 유전체층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래핀에서 에너지 손실에 덜 민감해 고성능 소자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번 연구는 AGP가 중적외선 영역에서 작동하는 다른 그래핀 기반의 메타 표면, 광학적 스위치, 다양한 광전류 장치를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장민석 교수는 “어쿠스틱 그래핀 플라즈몬의 초고도로 응축된 전자기장을 근접장 측정을 통해 관측했다”며 “앞으로 강한 물질·빛 상호작용이 필요한 다른 상황에서도 AGP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19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