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이후 공식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해법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다만, 오는 9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취임하는 ‘대북 강경파’ 존 볼턴의 발언으로 어느 정도 유추할 수는 있다.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이른바 ‘리비아식 일괄타결 해법’이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등 공화당 대통령 3명의 행정부에서 일해온 그는 ‘협상→보상→도발→협상’으로 이어지는 뫼비우스 띠 같은 북한의 ‘시간벌기’ 전략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도한 인물이다.
더군다나 12일쯤 열리는 청문회의 문턱을 넘는다면 또 다른 ‘대북 강경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까지 합류한다. 그는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인 지난해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해결 시한은 3개월’이라는 골자의 보고를 올렸다고 한다. 폼페이오와 볼턴, 트럼프 외교안보팀의 투톱이 ‘속도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외교안보팀도 리비아식 해법을 고수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실제 보수성향의 미국 외교전문잡지 내셔날 인터레스트까지 “볼턴의 비핵화 해법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끔찍한 전략”이라는 비판을 내놓을 정도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워싱턴발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 조치를 전제로 일정한 보상을 주는 것도 시야에 두고 있다”며 “독자제재 완화와 한·미 군사연합훈련 축소,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검토 중”이라고 썼다. 미국이 원칙적으로 일괄타결 해법을 유지하되, 그 이행은 단계적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였을 공산이 있다는 얘기다.
가능성은 적지만, 일각에선 볼턴이 취임하는 대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리비어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의 새 국가안보팀은 북한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며 “정상회담 취소나 연기를 통해 북한에 ‘비핵화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