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프로듀서 황경하씨, '젠트리피케이션' 주제로 앨범 제작
재개발로 쫓겨난 '아현포차' 상인 재정착 지원
  • 등록 2017-04-04 오후 1:40:13

    수정 2017-04-04 오후 1:40:13

황경하 자립음악생산조합 운영위원. (사진=황경하씨 제공)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지난 2009년 12월 강제 철거 위기에 놓인 서울 홍익대 인근의 칼국수집 ‘두리반’이 계기였다. 두리반이 강제 철거될 것이라는 소식에 인디 뮤지션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시민운동가들이 하나둘 모였다.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한 530여일 간의 싸움 끝에 2011년 6월 시행사와 ‘홍익대 인근에 다시 문을 열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다. 음반 프로듀서 황경하(31·사진)씨는 “음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이 배우고 성장한 시기”라고 돌이켰다.

이듬해 5월 황씨는 거대 자본에 맞서 음악인들이 목소리를 내자며 ‘자립음악생산조합’을 설립했다. 발족 당시 채 100명이 안 된 조합원은 현재 약 250명 규모로 불어났다.

황씨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한 구도심에 고급 상업 및 주거지역이 새로 형성되면서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당장 공연 무대가 하나둘 사라지게 되자 음악인들이 자연스레 관심을 기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최근 서울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린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앨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심사위원단 특별상을 받았다.

앨범 젠트리피케이션 카세트테이프. (사진=자립음악생산조합)
파다파의 ‘꽃피는 날’과 아나킨 프로젝트의 ‘너와 나의 콘크리트’ 등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간에 대한 단상을 담은 11곡을 앨범에 담았다.

황씨는 “지치지 말고 계속 싸우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황씨는 수상 소감 때 지난해 8월 마포구청의 아현포차 강제집행을 언급하며 “아현포차 할머니들의 삶을 돌려달라”고 했다.

조합은 특별상 수상을 기념해 한정판 카세트 테이프를 제작했다. 50여 명에게 받은 후원금에서 제작비를 뺀 돈은 아현포차 ‘작은 거인’의 주인 조용분(73) 할머니에게 전달한다. 아현동 재개발로 쫓겨날 처지에 놓인 조씨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서다. 오는 25~2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공연장 ‘요기가 널판’과 ‘채널1969’에서 개최하는 공연 수익금도 보탤 예정이다.

조합이 포함된 ‘아현포차지킴이’는 최근 할머니들이 새로 터를 잡은 경의선 공유지에서 올 들어 첫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들은 봄이 되면 남은 노점마저 강제철거하겠다는 마포구청이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매주 목요일 문화제를 이어나갈 작정이다.

“음악으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영세상인들을 위한 황씨의 바람이다.

지난해 7월 5일 서울 마포구 아현초등학교 인근 포장마차촌의 건물에 구청이 붙인 경고문과 시민들이 내건 철거 반대 대자보가 나란히 붙어 있다.(사진=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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