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폭스바겐 사태 이후 각광 받았던 전기차업체 주가가 새해들어 고전하고 있다. 저유가 기조와 중국 규제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다만 전기차 산업의 성장성은 변함없는 만큼 성장 속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중국 보조금 이슈… 전기차株 우수수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급등했던 전기차주들은 올 들어 잇단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2차전지) 제조업체인 삼성SDI(006400)와 LG화학(051910)의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9만9000원, 29만5500원으로 올들어 각각 13.2%(1만5000원), 10.0%(3만3000원)씩 떨어졌다.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엘앤에프(066970)와 에코프로(086520)는 같은 기간 각각 24.2%, 17.5% 내렸다. 관련 장비업체인 서원인텍(093920),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상아프론테크(089980), 피앤이솔루션(131390), 피엔티(137400) 등도 낮게는 4%대에서 최고 30%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이들 업체 주가는 대부분 지난해 하반기 강세를 보이다가 지난해말 또는 올초부터 고꾸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보조금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중국 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앞으로 2년간 전기차 보조금을 이전보다 20% 낮추는 등 점진적으로 줄여 2021년에는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시장은 지난해 18만4000여대가 팔리며 전년대비 146% 이상 급성장했다. 전세계 판매량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해 미국을 제치고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전기차 급성장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현재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5만5000위안(약 1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전기차 구입을 독려하고 있다. 국내 2차전지 업체 등도 중국 수요 증가에 수혜를 받고 있던 상황이어서 보조금 지급 중단 소식이 타격을 준 것이다.
지난해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저유가 기조도 전기차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1.87달러로 60달러를 넘나들던 지난해 2분기 때보다 절반 가량 떨어졌다. 유가가 하락할수록 주유비도 저렴해지기 때문에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 미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와 배터리 공급업체인 파나소닉 주가는 유가 하락세와 수익성 우려 등으로 연초 대비 각각 40%, 3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성 여전… 한국 수혜업체는 ‘글쎄’
여기에 다음달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통상장관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경에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어서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은 성장 초입으로 중국 정부의 지원 형태 변화일 뿐 방향성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업체들은 원가 절감과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해 공급 확대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전기차가 얼마나 빨리 상용화돼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인가 여부다.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시간, 부족한 충전인프라와 비싼 가격을 해소할만한 기술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기차 가장 큰 장점인 연료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유가 반등도 필수다. 이원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조금을 제외할 때 전기차 경제성 확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의 흐름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현재 수준의 유가에서는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최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올랐을 때 전기차 경쟁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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