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보다 더 빨리 쌓이는 재고…美 유통가 체감경기 냉랭

블랙프라이데이 앞드고 소비심리 걱정
  • 등록 2015-11-11 오후 3:27:57

    수정 2015-11-11 오후 3:27:57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재고가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신호인 만큼 대목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룰루레몬, 언더아모르, 나이키, VF 등 유명 의류 및 잡화 기업의 재고가 판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의류업체인 룰루레몬은 최근 분기에 재고가 전년동기대비 55% 증가해 매출 증가폭 16%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마이클코어스와 랄프 로렌 경영진 역시 최근 대형 백화점에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코웬앤코는 전일 보고서를 통해 판매업체 전반적으로 재고가 판매 속도를 상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DSW와 딕스스포팅구즈, 스케처스USA의 재고가 특히 크게 늘었다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업체의 설명은 제각각이다. 언더아모르는 배송 속도를 높이면서 재고가 늘었지만 판매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고, VF는 앞으로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재고를 쌓고 있다고 밝혔다. DSW는 구입하기 어려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제품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 경영진은 최근 웨스트코스트 항구의 물류 정체가 다소 풀린 것을 이유로 꼽았다. 1년 전 하역작업이 늦어지면서 물건이 늦게 도착해 매대를 채워넣기 바빴지만 올해는 반대라는 것.

사실 경제지표상으로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달 실업률은 5%로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고 휘발유가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신뢰지수도 높다. 그러나 업체들의 체감경기는 다르다.

전미소매협회는 연말 소비시즌 매출이 3.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4.1% 증가율에 비해 둔화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전망마저도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버트 드르불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수개월간 매출을 보면 여러 유통업체가 기대했던 것보다 약했다”며 “소비자들은 의류에 돈을 쓰기 보다 전자제품, 자동차, 생활용품 등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로 인한 미국 관광객 감소와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 등도 의류매출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스웨터나 코트 등 겨울의류 구매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대부분 업체들은 6~9개월 미리 주문하기 때문에 이처럼 단기적인 변화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그 결과가 재고증가로 나타났다.

물론 수요와 공급 조절에 성공한 업체도 있다.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는 지난 6개월간 재고 감축 노력을 기울인 결과 8월1일까지 3개월간 재고가 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기간 매출은 12% 증가했다. 덕분에 아메리칸 이글은 더 많은 제품을 정가에 판매할 수 있었다.

반면 갭은 재고 상품을 처리하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열었다. 지난 주말 가죽 재킷을 제외한 모든 제품을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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