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9.1% 줄어든 35억 3400만유로(약 4조7223억원)였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3% 감소한 7억 8400만유로(1조476억원)였다.
ASML 측은 실적 감소 이유로 EUV 노광장비 판매량 감소를 꼽았다. 실제로 올해 1분기 EUV 노광장비 판매량은 3대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11대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중국이 34%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한국 29%, 대만 22% 순이었다.
ASML 관계자는 “일부 장비 매출이 오는 2분기로 이연되는 게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장비에 쓰이는 부품 수급난을 비롯해 수율(불량률의 반대) 안정화를 위해 EUV 노광장비 완성도를 높이느라 출하 기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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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도 ASML이 네온 등 EUV 노광장비에 쓰이는 소재와 부품 공급난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실적은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EUV 노광장비 수요가 계속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ASML이 공급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서다. 미래에셋증권은 ASML이 올해 총 55대 EUV 노광장비를 출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전년 출하량인 42대보다 늘어난 수치다.
SK하이닉스 역시 삼성전자에 이어 EUV 노광장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ASML 매출 중 한국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다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EUV 노광장비 확보 노력뿐 아니라 장비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ASML 1분기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아 올해 전반적인 EUV 노광장비 출하량이 고객사들 수요를 밑돌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당장 급한 건 장비 도입이 아닐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TSMC가 처음 시도하는 3나노미터(nm) 이하 미세공정에서 가장 급한 건 수율 문제이고, 장비를 확보하기 전까지 장비·반도체 설계 문제를 점검해 앞으로의 EUV 공정에서 수율을 안정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