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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박경훈 원다연 기자] “꿈을 갖고 하루하루 실천하라.” 스무 살 고졸 여경으로 출발해 경찰 조직 서열 2위 계급(치안정감)까지 승진한 ‘미세스 캅’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서원대 교수). 그는 25일 서울 새빛섬에서 열린 ‘제6회 이데일리 W 페스타’(세계여성포럼 2017) 프롤로그 세션에서 하루 24시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38년 경찰 생활을 하루하루로 쪼개면 대략 1만3800시간이에요. 그 사이 열 번의 승진과 셀 수 없는 전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육아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래도 늘 하루하루 쌓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 왔고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를 28시간처럼 썼다고도 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아침의 10분, 잠들 때까지의 10분, 차를 타고 이동하는 30분 등을 모으면 하루 3~4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고졸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다닌 방송통신대학교에서 배운 녹음테이프 공부법을 활용해 승진 시험 교재를 수십 번씩 듣고 또 들었다. 서른 번 반복하니 합격이 뒤따랐다. 방통대 졸업 후 석·박사도 취득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1977년 스무 살 고졸 여성 순경의 핸디캡은 컸다. 경찰 조직은 현재도 남성 중심이지만 당시엔 더 했다. 당시 전체 경찰 조직에서 여성은 0.5%인 500여명, 경감은 한 명뿐이었다. 경찰임에도 조직 내에선 ‘미쓰리’로 불리며 허드렛일 하는 게 당연시됐다. 사실상 금녀(禁女) 조직이었다. 현재는 12만여 경찰 조직 중 여경이 1만2700명(약 11%), 경감 633명, 총경 13명, 경무관(장군급) 2명이다. 물론 서열 2위 계급 치안정감을 지낸 여성은 여전히 이금형 교수뿐이다.
이금형 전 청장은 딸을 셋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한땐 육아 때문에 경찰직을 관둘 생각도 했다.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출근해야 했다. 어린 딸을 돌봐준 시댁에 피곤한 내색을 못 했다. 각종 약을 입에 달고 살아야 했다. 내적 고민도 있었다. 몽타주 요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임신 때도 남들 하는 태교 대신 시신이나 흉악범의 얼굴을 그려야 했다.
그는 여성 후배에게 ‘혼자 있을 때도 울지 말라’고 말하곤 한다. 힘들 때도 내색하지 말라고 한다. 가족은 너무하다고 하지만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힘들 때도 감성에 빠지는 대신 드링크제 하나 먹고 밝게 웃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면 안 되던 일이 더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아울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것을 권했다. 그는 “긍정의 화신이 돼야 한다. 버티는 게 중요하다”며 “긍정은 자신감을 주고 용기를 주고 힘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의 모든 역할은 엄마 역할의 확장”이라며 “엄마 역할 만큼 힘든 게 없기 때문에 여러분은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