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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15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501호. 해양수산부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장에 녹색 빛이 도는 미결수 수의(囚衣)를 입은 세 명의 증인이 교도관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어섰다.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 구속수감 중인, 사고 당시 세월호에 탔던 김영호 2등항해사와 강원식 1등항해사, 신정훈 1등항해사(견습) 등 3명이었다. 불구속 기소된 검은색 정장 차림의 김형준 해양경찰청 전 진도VTS센터장도 뒤따라왔다. 이들 4명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차원에서 동행명령장이 발부돼 출석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는 전날 해수부 국감에서 이미 쏟아졌다. 하지만 이주영 해수부 장관 등 관계당국 수장들이 아니라 참사 당시 세월호에 있었던 선원들이 국감장에 선다는 점에서 관심은 더 높았다. 수많은 취재진과 국회의원·보좌진, 피감기관 관계자 등이 국감장을 꽉 채운 가운데 이틀째 세월호 국감이 시작됐다.
선원들 “해경정이 승객 구조할 줄 알았다”
안덕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의해 증인석에 선 2등항해사 김영호씨도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럼에도 “처음 선장의 지시를 받고 (승객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고) 방송했다. (남은 승객들은) 해경정이 구조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고, 이에 안 의원은 “어떻게 승무원이 승객을 걱정하지 않고 탈출하나”라고 질타했다.
당시 처음 출동한 해경정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최규성 새정치연합 의원은 김경일 해경123정장을 상대로 “퇴선 방송을 아무도 주장한 사람이 없었느냐”고 따졌고, 이에 김 정장은 “당시 상황이 긴박했다”고 해명했다. 김 정장은 목포해경에서 퇴선을 명령했는데도 방송을 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경황이 없어 그 부분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불성실한 답변도 논란‥이준석 끝내 불출석
이날 출석한 세월호 선원들은 시종일관 짧은 단답형으로 답했으며, 불성실한 답변태도도 수차례 지적됐다. 강원식씨는 “참사 당시 조타실에서 무엇을 했느냐‘는 김승남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의에 “제가 한 걸로 기억하는 건 VTS 교신이다. 사고가 났다고 제주에 알렸다”면서도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강씨는 “(탈출할 때는)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이준석 전 선장은 끝내 출석을 거부했다. 농해수위는 전날 이 전 선장을 포함한 8명에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는데, 이들 중 4명만 모습을 드러냈다. 통상 국감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에 처해지지만, 동행명령에도 불출석하면 ‘국회 모욕죄’가 추가돼 징역 5년 이하로 처벌이 강화된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이 전 선장 등은 법적 조치에 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