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 北 대표단 파견보류 통보로 무산(종합)

남북, 수석대표 '格' 이견 좁히지 못해
  • 등록 2013-06-11 오후 8:44:20

    수정 2013-06-11 오후 11:44:18

[이데일리 피용익 이민정 기자]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당국회담이 결국 무산됐다. 수석대표의 격(格)을 둘러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로써 2년 4개월 만에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던 남북 대화는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11일 긴급 브리핑에서 “북측이 우리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으면서 북측 대표단의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이런 입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남북 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우리측 당국자인 차관의 격을 문제 삼아 예정된 남북 당국간 대화까지 거부하는건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북이 지난 6일 당국간 대화에 전격 합의했지만 회담 무산은 어느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준비 과정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9일 판문점에서 열린 실무접촉에서 양측은 대표단 구성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리측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참석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난색을 표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 10일 ‘국제 스탠더드’를 언급하면서 대표단의 ‘격’이 맞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계속해서 대화 재개의 발목을 잡았다. 남북은 11일 오후 1시께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각 5명의 대표단 명단을 교환했지만 역시 수석대표의 격이 문제가 됐다. 북측이 김양건을 내보내지 않을 것으로 파악한 우리측은 수석대표로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제시했고,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제시했다. 이에 북측은 우리측에 장관급이 나올 것을 요구했고, 우리측도 북측이 제시한 강 국장이 장관급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맞섰다. 이후 6시간이 넘는 협상을 통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북한은 대표단 파견보류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이상가족 상봉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대화 진전 상황에 따라 6·15 공동선언과 7·4 공동성명 기념행사, 비핵화 문제 등도 포괄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특히 이번 회담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근간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시험하는 첫 무대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기대는 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남북당국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과 신뢰 관계 구축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처럼 예정됐던 회담이 결국 무산됨에 따라 정부는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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