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만 당근마켓 유저 ‘실명제’땐 되려 범죄악용 우려”

공정위, 당근마켓 제재 쟁점은
전상법 적용 여부부터 분분
시정조치 땐 범죄악용 논란
“‘C2C’에 맞는 법개정 필요”
  • 등록 2024-08-01 오후 4:01:43

    수정 2024-08-01 오후 7:01:10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당근마켓을 현행 전자상거래법으로 제재, 시정명령 등을 검토한 것은 당근 플랫폼 내 중고거래 시 발생하는 소비자-판매자간 분쟁을 예방하고 조정하려는 조치다. 전자상거래법이 만들어진 목적이 ‘소비자 보호’에 있기 때문인데, 법 집행 기관인 공정위로선 법대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22년된 낡은 규제 틀로 온라인플랫폼 내 개인 간 거래(C2C)를 규율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앞서 국회에서 전자상거래법 개정 논의가 이뤄진 것도 C2C 거래를 하는 개인판매자의 경우 신원정보를 신고하거나 공시할 의무가 없어, 분쟁해결이나 피해구제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1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의 이번 당근마켓 제재 사건의 핵심 쟁점은 C2C거래를 전상법으로 규율할 수 있느냐다.

당근마켓 C2C 거래, 전상법 적용 대상인가

공정위는 당근마켓이 자신의 사업을 ‘통신판매업’으로 신고 및 등록했고 현행법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상법 20조2를 보면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통신판매중개의뢰자가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성명과 전화번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확인해 거래 당사자들에게 상대방의 정보를 열람할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당근마켓은 현재 가입자의 전화번호만 수집하고 있는데, 공정위는 이를 법 위반으로 봤다. 대통령령이 정한 정보제공 범위를 보면 연락처뿐만 아니라 성명, 주소 및 전자우편주소까지 포함한다. 법이 정한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분쟁해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동네업체 △알바 △부동산 △중고차직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중고거래 외에 일부 서비스가 통신판매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통신판매업으로 등록한 것이며 중고거래 서비스는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장소만 빌려줄 뿐 실제 거래는 개인 간 이뤄지므로 통신판매업으로 볼 수 없다는 관점이다.

아울러 업계에선 당근마켓이 시정조치를 해도 개인정보 유출이나 이에 따른 범죄악용 우려만 커질 뿐 실제 전상법에 따른 분쟁조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상법 규율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시정조치는 3900만명이나 되는 당근마켓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침해나 범죄에 악용될 우려만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원 “C2C ‘분쟁조정’ 법적 근거 없어”

더욱이 현행 전상법으로는 개인 간 거래로 발생한 분쟁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분쟁조정 공식 창구인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에선 개인 간 거래에 대해선 분쟁조정이나 피해구제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당근마켓이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수용해 개인정보를 더 수집하더라도 정작 소비자원에선 분쟁조정을 할 수 없는 셈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C2C 거래는 개인간 거래이기 때문에 소비자기본법이나 전상법 등으로 규율할 법적 근거가 없어 소비자원에서 분쟁조정·피해구제를 할 수 없다”며 “다만 당근마켓 등 플랫폼업체와 협력해 자율적으로 분쟁조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022년11월 기자간담회에서 “C2C 거래는 사업자와 소비자간 거래(B2C)를 규율하는 소비자보호법 적용 영역은 아니다”며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의해 분쟁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당근마켓의 경우 이미 분쟁조정시스템을 갖춰놨다. 이를테면 당사자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1차 조정부터 N차 조정까지 차례대로 진행하고 해결이 안 되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산하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로 이관해 중재한다. 공정위·소비자원과도 작년 6월 분쟁조정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자율분쟁조정 한계있다면 ‘법 개정’ 나서야

상황이 이렇자 업계의 자율적인 분쟁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 차라리 현실에 맞는 전상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전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법상 C2C거래의 개념을 명확히하고 분쟁발생 시 온라인 플랫폼사업자가 개인판매자의 연락처와 거래정보를 공적 분쟁기구 등에 제공해 분쟁의 해결에 협조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아울러 C2C거래때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소비자원에 분쟁조정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현행 전상법으로는 소비자원에서 C2C거래에 대한 분쟁조정을 할 수 없어 법적 근거를 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자율적으로 분쟁 발생시 연락처를 KISA 분쟁조정위원회에 제공하고 있지만 규율이 필요하다면 유 의원이 발의했던 개정안이 현실에 맞는 내용일 것”이라고 했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상법은 사업자-소비자(B2C)간 거래에서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데, 개인 물품을 간혹 거래하는 행위까지 B2C에 준하는 법 잣대로 규율할 수 있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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