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차세대 생활 가전` 점검 나서(종합)

AI 및 loT 등 신기술 점검 및 직접 체험
사장단과 ‘코로나19’ 이후 신제품 논의
이 부회장, 위기 속에서 긴장 수위 높여
  • 등록 2020-06-23 오후 4:04:29

    수정 2020-06-23 오후 9:42:27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자칫하면 도태된다. 흔들리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이달 들어 반도체와 무선 분야 사장단과 사업 현황 및 미래 전략 점검을 한데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한 가전 분야도 현장 경영에 나섰다. 매년 6월에 열리던 삼성전자의 상반기 글로벌전략회의가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하는 가운데 총수가 직접 사업 현장을 챙기며 하반기 이후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미·중 무역갈등 격화로 대외 경영 환경도 ‘시계 제로’에 놓이면서 적극적으로 생존 방안을 찾기 위한 행보란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23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CE(소비자 가전)부문 주요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신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제품 개발 현황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온라인 사업 강화 및 중장기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 사업부장 부사장, 강봉구 한국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의 최신 가전제품들이 있는 전시장도 찾아 AI, IoT 등을 활용한 새로운 기능을 직접 체험했다. 또 소비자가 좀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기술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응한 신제품 도입 계획에 대해서도 경영진과 대화를 나눴다. 이 부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부회장이 가전 사업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방문해 생활가전 생산공장과 금형 센터를 둘러보고 사업 전략을 논의했었다. 또 같은해 11월 1일 삼성전자 50주년 창립기념일에는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는 지향점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17일 전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소비자들의 취향과 삶을 반영한 가전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통합 슬로건을 적용,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를 겨냥한 사업 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은 최근 연이은 현장 경영을 통해 삼성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를 반영한 발언을 통해 조직의 긴장 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를 찾은 자리에서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날 방문한 수원 생활가전사업부에선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긴장하되 두려워하지 말자” 등 격려성 메시지들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2차 확산 우려로 인해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의 실적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현재 진행형이라 선제적 투자나 인수합병(M&A)도 어려운 처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근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가면서 절박하고 답답한 심경을 잇따라 내비치고 있는 것은 최근 대내외 여건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현실 인식과 위기의식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AI·IoT 등이 적용된 차세대 가전 제품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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