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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윤씨를 범인으로 검거해 강간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형됐다가 20년을 복역한 뒤 지난 2009년 가석방됐다.
지난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로 밝혀진 후 윤씨 측은 지난해 11월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다음달 검찰도 이 사건의 재심 필요성을 인정, 법원에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재심이 본격 이뤄지게 됐다.
검찰“국과수 감정 오류 있어…진위 여부 밝혀야”
이날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간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 이미 이춘재가 8차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자백했고 당시 사건 관련자들의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에서, 재심 목적이 ‘실체적 진실’ 확인과 윤씨의 명예회복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가장 강력한 근거로 쓰인 방사선 동위원소 수치를 봤을 때 범인과 윤씨가 동일한 인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면서 “원 판결의 증거가 된 국과수 감정은 허위이며 당시 수사했던 경찰을 증인으로 채택해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 측, 영화 ‘살인의 추억’ 틀며 당시 수사 지적
또한 “윤씨가 담을 넘었다는 당시 경찰의 수사 기록이 있는데, 다리 장애 때문에 담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장 검증 때도 윤씨가 담을 넘는 사진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에 있던 범인의 족적이 조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피해자 아버지 박모씨는 사건 현장에 희미한 운동화 자국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박 변호사는 “윤씨 검거 후 피해자 아버지의 진술이 ‘운동화 자국’에서 ‘맨발’로 바뀌었다”며 “제대로 범인을 잡아서 한을 풀어줘야 하는 피해자 아버지의 진술까지 왜곡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 유족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첫 공판이 끝나고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과 만난 윤씨는 “앞으로 잘 되지 않겠나 (재판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공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판 막바지에 이춘재의 증언이 필요하다”면서 이춘재를 증인으로 법정에 부를 것을 시사했다. 재판부는 이춘재의 증인 채택 여부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8차 사건 현장에서 발견됐던 체모 2점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체모와 윤씨의 체모를 확보해 다음 공판기일까지 압수물과 관련 조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6월 15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