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빅5' 병원 지원자 한자릿수

전공의 7645명 모집하는데…병원들 “지원자 미미”
의사집단 ‘낙인찍기’ 우려한 듯…의대 교수들도 “지도 거부” 선언
전공의 중심 의료 시스템 붕괴…의료공백 장기화 우려
정부, 내달 ‘전문의 중심 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실시
  • 등록 2024-07-31 오후 6:07:36

    수정 2024-07-31 오후 7:06:15

[이데일리 박태진 이지현 기자]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는 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7월 31일에도 대다수 전공의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전공의 중심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의료공백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선하는 등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의대 교수들은 제자인 전공의들이 돌아오기 위해선 공무원 조직이 아닌 의료 전문가 중개 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5 하반기 전공의 지원자 ‘사실상 한자릿수’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 수련병원 126곳은 이날 오후 5시까지 하반기에 수련을 시작할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를 모집했다. 이들이 모집하는 전공의 숫자는 총 7645명으로, 유형별로는 인턴 2525명, 1년차 레지던트 1446명, 상급년차(2~4년차) 레지던트 3674명이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한 뒤 병원을 떠났고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신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동일 연차·과목 복귀’를 허용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특히 수련 특례는 하반기 모집에 응시하는 전공의에게만 적용될 뿐 복귀를 위한 추가 대책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마감 당일까지 별다른 지원 움직임이 없었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 수는 극히 미미했다. 사실상 한자릿수에 그친 모습이다. 서울대병원은 하반기 모집에서 ‘사직 전공의’들의 자리를 비워둔 채 인턴 159명, 레지던트 32명 등 191명을 모집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714명(인턴 146명·레지던트 568명), 서울아산병원은 440명(인턴 131명·레지던트 309명), 삼성서울병원은 521명(인턴 123명·레지던트 398명)을 모집한다. 서울성모병원 등 산하 8개 수련병원을 둔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1017명(인턴 218명·레지던트 799명)을 뽑는다.

이들은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극소수에 그쳤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정형외과에만 2명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빅5 병원 관계자는 “마감 임박해 문의 전화가 조금 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지원자는 극소수이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몇 명이 지원했는지는 수평위(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집계하는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 “의료 전문가 중개기구 설치하자”

의료계 안팎에서는 애초에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에 무관심한 데다가,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저조한 지원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복귀한 전공의들의 실명이 올라온 텔레그램방이 개설되면서 폐쇄적인 의사집단 내 ‘낙인찍기’에 대한 우려가 크다. 더욱이 일부 의대 교수들이 하반기 복귀 전공의에 대한 지도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복귀를 고민했던 전공의들이 선뜻 지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병원들은 지원 현황을 공개하는 것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서울시내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지원자 자체도 별로 없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있어도 없다고 하는 분위기”라며 “게다가 지원 현황을 공개하는 순간 누군지 색출하려고 할까 봐 기관에서도 조심하는 중”이라며 말했다.

대다수 전공의도 수련을 재개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A씨는 “주변 지인들 모두 수련 현장을 완전히 떠나서 복귀 관련 이야기를 꺼내는 이가 없다”며 “저연차든 고연차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지만 당장 복귀는 힘들 것”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해지자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비율을 늘리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로 인한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을 5~15% 감축하는 등 중등증(중증과 경증 중간) 환자 비율을 줄이고, 전문의와 PA 간호사를 활용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체질 자체를 바꾼다는 전략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도한 전공의 의존을 줄일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같은 실효적이고 근본적인 개혁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다음달 중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위한 시범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교육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설득하려면 공무원 조직이 아닌 의료 전문가 중개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충북의대 첨단강의실·강원의대 백송홀·충남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온·오프라인 동시 세미나를 열었다. 발표에 나선 안덕선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임기에 따라) 순환하는 공무원 조직과 별도로 상설기구이자 정부와 중요한 동반자적 관계인 (의료)전문직 중개기구가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주도해야 하며, 그래야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공의와 학생의 수련·교육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익히 알려진 전공의의 긴 노동 시간을 고려해 정기적인 휴가와 별도의 연수를 위한 휴가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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