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지원한다던 한은 금중대…병원 개업에 가장 많이 쓰였다

감사원 금융위원회 기관정기감사 결과
금중대 기술기업 지원 상위 업종, 병·의원 포진
외래 진료 병·의원이 연구개발 기업으로 대출
제도 '허점' 지적…한은, 작년 11월 규정 개정
  • 등록 2024-01-17 오후 4:18:21

    수정 2024-01-17 오후 4:19:23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취약계층, 지방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이 부적절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일반의원, 치과 등 제도 취지와 다른 주체들이 돈을 가장 많이 빌려 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감사원 금융위원회 기관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0~2022년 사이 한은이 금중대 지원대상 중 ‘창업기업’ 대출실적으로 인정한 상위 10개 업종에는 일반의원, 치과의원, 일반병원, 한의원 등 의료 기업이 대다수 포함됐다. 특히 일반의원과 치과의원이 3년 동안 내내 1, 2위를 차지했고, 기타 보건업과 일반병원, 한의원도 매년 10위 안에 들었다.

한은은 중소·창업기업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자 2014년부터 은행에 2%의 저리로 금중대를 시행하고 있다. 기술력은 있지만 현금 창출 능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는 당시 정부 방침, 이른바 ‘기술금융’에 의한 것이다.

기술금융은 일선 은행이 자체 기술신용평가(TCB) 담당 부서 또는 금융위원회 허가 평가 기관이 발급한 TCB 평가서를 기반으로 대출을 실시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은은 지원 프로그램 중 창업기업 항목으로 3조5000억원을 은행에 지원하고 있다. TCB평가서 기반 대출은 ‘기술형창업기업’ 대출로 인정된다.

감사원은 이들 일반의원, 치과 등 병·의원이 기술형창업기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중대 운영세칙상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거나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병·의원은 TCB평가서를 발급받으면 기술형창업기업으로서 지원대상이 될 수 있지만, 외래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병·의원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감사원은 이들 병·의원이 외래 환자를 주로 진료하면서도 기술형창업기업으로 위장해 저리의 대출을 받아갔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기술형창업기업으로 분류된 병·의원 3196개 중 의사 1인 업체가 62%(1995개), 의사 2인 업체가 19%(606개)였다”며 “이들의 사업자당 연간 건강보험 급여청구 건수는 각각 9924건, 15307건으로, 이들 병·의원의 일반외래 환자 치료 건수를 보건대 독보적인 기술이 있다거나 연구개발 위주의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출처=감사원
2022년말 기준 이들 병·의원(일반의원, 치과의원, 일반병원, 한의원, 요양병원, 그 외 기타보건업)이 은행에서 TCB기반 창업기업 명목으로 대출받은 금액은 총 1조5524억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15.4%를 차지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병·의원뿐 아니라 편의점과 음식점, 학원, 예식장 등이 기술형창업기업으로서 저리의 대출을 받아간 것으로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은은 병·의원, 임대업 등 업종을 TCB평가서가 있으면 기술형창업기업에 대한 대출로 인정하면서도 실제 기술력을 보유한 지원대상인지 확인하는 규정을 두지 않아 해당 정책자금이 부적정한 업체에 지원될 우려가 있었다”며 “그 결과 기술형창업기업으로 보기 힘든 일반업체가 TCB평가서를 발급받아 2~3% 저리의 정책자금을 지원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은은 지난해 11월17일 기술형창업기업 취지에 맞지 않는 병·의원 및 서비스업 등 일반업종·업체가 금중대 지원대상이 되지 않도록 운영세칙을 개정했다.

출처=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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