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최대 쌀 무역국인 인도가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쌀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퍼 엘니뇨 등 이상기후가 전 세계 작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쌀을 비롯해 이미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는 국제 곡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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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바스마티(길쭉하게 생긴 쌀) 품종을 제외한 모든 품종의 쌀에 대해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 내 쌀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인도 식품부에 따르면 델리의 쌀 소매 가격은 올해 약 15% 급등했고, 전국 평균 가격도 8% 가량 상승했다.
이는 내년 4~5월로 예상되는 차기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상승으로 민심이 악화하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총선 승리 및 3연임을 노리고 있다. 소식통은 “정부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인도가 전 세계 쌀 무역의 4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수출 금지 조처가 현실화하면 인도 쌀 수출의 80%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즉 국제 쌀 가격이 들썩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인도는 베냉, 중국,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토고 등 100여개국에 쌀을 수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수출 금지가 인도 내 쌀 가격은 낮출 수 있겠지만, 국제 쌀 가격은 더욱 높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쌀 가격은 엘니뇨에 따른 작황 악화 우려로 이미 2년래 최고치로 급등한 상태다. 이에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등 주요 쌀 수입국은 올해 공격적으로 쌀을 비축하고 있다. 쌀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곡물들의 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쌀 등의 가격이 함께 뛰었다. 이에 인도는 백미와 현미 선적에 20%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