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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만명 세금 폭탄…보이콧 조짐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인원은 94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66만7000명)보다 42% 늘었다. 전체 종부세 고지세액은 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1조8000억원)의 3.2배에 달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한 탓이다. 야당에서는 “세금이 아니라 ‘약탈’”이라며 정치공세에 나섰다.
당장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은 고지서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증하며 ‘세금폭탄’이라는 비난글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조정지역 일시적 2주택인데 종부세 작년대비 4배 나왔다”며 “팔려니 양도세 때문에 도둑맞는 느낌이어서 대출받아 분납으로 내야겠다”고 하소연했다. 고지세액 5400만원을 인증한 한 네티즌은 “신용카드로 매달 460만원씩 1년간 나눠 낼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주식계좌를 깨 내년 대선까지 버텨보겠다”는 글도 있다.
더욱이 종부세 위헌소송 등 보이콧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에 따르면 종부세 위원청구인 모집을 하는 홈페이지에는 하루 만에 900여 명이 동참 선언을 했다. 시민연대는 “종부세법은 세계의 유례가 없는 잘못된 세법이고 세금폭탄으로 위헌결정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94만7000명, 고지 새액은 5조7000억원으로 전 국민의 98%는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부분 다주택자와 법인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세 분노, 애먼 세입자에 튀나
문제는 종부세 부담에 따른 조세 전가 우려다. 민간 임대시장 대부분의 물건이 다주택자나 법인들 소유여서 조세는 이들이 임차료를 올릴 요인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티니 게시글 중 상당수는 다주택자 임대인들로 내년 임대차 계약시에는 보증부월세(준전세·반전세)나 기존 월세를 현저히 올려 받겠다는 내용이 많다. 이를테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전·월세 계약을 해지하고 전·월세 5% 상한선을 피해 새 임대차계약하거나 기존 전세를 보증부월세로 돌려 월세를 받겠다는 식이다.
이미 전세의 보증부월세화가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이 이달 20일까지 보증부월세 거래량은 5만6169건으로 집계됐다. 1~11월 기준으로 역대 최다건수다. 자치구 중 서민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금천구는 월세 비율이 59.1%로 전세비율(40.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하거나 관망…퇴로 열어야
이번 종부세 부담에 따른 다주택자들의 보유매물 출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다. 팔려고 해도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최대 75%)이 적용되기 때문에 매매보다는 이미 증여로 돌아선 데다 내년 대선 이후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그래서 나온 카드가 자녀들에게 집을 증여하는 것이다. 집을 증여하는데 들어가는 증여세를 내더라도 증여를 해 놓는 것이 매년 내야 하는 종부세 부담보다 낮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증여’ 건수가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증여는 6만3054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2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간 부동산정책 공약이 확연히 다른 것도 다주택자들에게는 출구 전략을 위한 기대심리를 부추긴다. 실제로 윤석렬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주택자를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종부세 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 겸임교수는 “정부가 종부세 강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기 원한다면 양도세 완화를 통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시장에 재고매물을 공급할 수 있어서 단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