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내일 1심 선고지만…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정인이법' 3개월…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건
'즉각 분리' 도입됐지만…전국 쉼터 76곳 '태부족'
전문가 "예방교육·보호시설 늘리고 정책 개선해야"
  • 등록 2021-05-13 오후 4:54:47

    수정 2021-05-13 오후 4:54:47

[이데일리 공지유 김민표 기자] 지속적인 학대로 16개월 된 여아가 숨지는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방지와 처벌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사건이 멈추지 않는다. 처벌만 강화하는 ‘사후약방문’이 아닌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있는 고(故) 정인양 묘소에 추모객들이 두고 간 과자, 음료, 메시지가 놓여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정인이 사건’ 이어 ‘두살 딸 학대’사건까지…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지난해 10월 13일 생후 16개월 된 정인(입양 전 본명)양이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온몸에 멍이 든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 정인양은 당시 머리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었으며, 이를 본 병원 관계자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양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정인양 사건이 알려지며 전국민이 분노했다. 이후 국회에서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이 쏟아졌고, 지난 2월 26일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에는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살해죄가 신설됐다. 정인이 양모 장모씨는 1심 재판에서 사형을 구형받고 14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두 살 딸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30대 양부 A씨가 구속됐다. A씨는 이달에만 3차례에 걸쳐 아이를 손과 주먹, 구둣주걱 등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4만 1389건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학대 가정에서 또 학대가 신고된 재학대 사례 역시 2019년 343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이’의 양부모의 결심 공판이 열린 4월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양모가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즉각분리’ 시행됐지만 쉼터 76곳뿐…“근본적 정책 개선해야”

계속되는 아동학대 소식에 처벌뿐 아니라 학대 예방, 위험 가정 모니터링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권리를 중점적으로 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는) 처벌만 강화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예방과 사후대책까지 전방위적으로 가야 한다”며 “아이들이 가정에서 학대받지 않도록 가정에 대한 인식 전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대표는 이어 “또 아동학대가 일어났을 때 국가에서 바로 위험으로부터 분리해 학대 여부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며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고 모니터링해 가정 복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30일부터 두 차례 이상 학대받은 아동을 학대자로부터 떼어내는 ‘즉각 분리제도’가 시행됐지만, 분리아동을 보호할 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같은 정책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전국 76곳으로, 약 500여명의 아동이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쉼터 29곳을 추가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아동학대 관련 정책은) 학대 피해를 받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다시 돌아가는 식으로 돼 있다”며 “학대 피해 아동의 규모에 비해 시설의 보호를 받는 아동의 규모가 터무니 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아동보호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부모가) 아이를 막 다뤄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설 확보를 위해 예산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아동학대 관련 예산 대부분은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이 아니라 복권기금과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 의존하고 있다.

정 교수는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아동보호시설을 늘릴 수 있도록 (아동학대 예산 구조를) 복지부 일반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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