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오는 12일 KB·기업·농협·SC·HSBC은행을 포함한 5곳의 키코판매 은행과 간담회를 연 후 은행연합회 등과 키코 자율배상 협의체 구성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금감원의 키코 배상안을 거부한 신한·하나·우리·대구 은행도 이 협의체에는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제대상 기업은 2010년 키코 사태 당시 발표된 피해기업(732곳) 가운데 오버헤지(과도한 환율위험 회피 계약)가 발생한 145개 안팎이다. 정확한 대상은 협의체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자율배상은 배상비율이 정해진 분조위 권고와 달리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 협의체를 통해 키코 피해기업의 실질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은행이 대승적 차원에서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락했으면 했는데 그렇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면서 “은행들이 이사회의 동의를 받고 협의체를 통한 자율적인 키코 피해기업 구제에 참여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자율배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사회가) 은행 평판이나 소비자보호를 고려해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판단을 한다면 배임 이슈를 극복할 수 있을 것”며 “협의체가 피해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를 도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은행권이 자율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뜻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공식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자율배상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면서 “피해 기업에 희망고문만 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키코는 은행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전 국내 수출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판매한 파생 상품이다.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치솟으며 이 상품에 가입했던 업체 수백 개사가 3조원대 손실을 봤다. 일부 기업들은 키코 탓에 문을 닫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 키코 재조사에 돌입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이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4개 업체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으나 우리은행을 제외한 5곳은 거부했다. 윤 원장은 키코 문제를 공론화한 게 가장 잘한 일이라며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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