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표가 취임한 지 나흘만인 지난 1일, 백현동 사업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검찰은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켜오던 이 대표는 자신의 보좌관이 보낸 ‘전쟁입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 공개로 윤석열 정부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취임 후 2주 간 네 차례의 기소 및 송치가 이어졌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 의견을 검찰에 통보했다. ‘사법 리스크’는 이 대표의 가족까지 번졌다.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이 대표의 장남은 불법도박 및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조사를 받았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말을 아끼며 ‘민생’에만 열중하겠다며 입을 굳게 닫아 왔지만 이 대표는 결국 언급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주길 당부한다”며 뼈 있는 발언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에 집중하지 않더라고 이미 이목은 그쪽으로 쏠려있다”며 “성과 또한 뚜렷하지 않아 민생도 이 대표도 부각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
이 대표의 조심스러운 ‘탐색전’ 행보가 오히려 윤 대통령의 실정에도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했다는 당 내부의 평도 이어졌다. 여의도 정치에 갓 발을 디딘 이 대표가 ‘식사 정치’를 통해 당내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며 내실을 다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작 윤 대통령에 대한 견제구가 강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연설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줄곧 제안해오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무난했다’는 평가가 마냥 좋을 수는 없다”며 “이 대표에게 바란 ‘강한 야당’이 되기 위해선 윤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가 더욱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당원과의 소통의 장을 넓히기 위한 ‘당원청원시스템’과 ‘당원존’ 설치도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주장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취임 후 민주당의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기준 이 대표 취임 직전인 8월 4주 민주당 지지율은 36%였지만 9월 4주 34%로 나타났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들어와 일으킬 ‘민생 혁신’ ‘정치 개혁’에 큰 기대를 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생각보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고 전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현재 큰 그림을 못 그리고 있는 것은 아쉽다”며 “(당대표 임기) 2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대선을 대비하는 인물이기에 이를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