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발 묶여 `민생` 안 보여

취임 후 2주간 4번의 기소 및 송치
가려진 `민생 행보`에 성과도 `글쎄`
尹 견제구 상실·친명 일색 지도부도 비판
소통 앞세워 `개딸` 과대대표 목소리 우려도
  • 등록 2022-09-27 오후 5:28:14

    수정 2022-09-27 오후 9:45:24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재명의 민주당’이 오는 28일 출범 한 달을 맞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직 민생’을 제1과제로 앞세워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취임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민생’도 ‘이재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취임과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분산됐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항마이자 적임자로 꼽힌 이 대표였지만 다소 ‘무난하다’는 평가와 함께 결국 민주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와 관련해 이야기하며 웃음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잇따른 기소와 송치…‘민생’은 어디로

이 대표가 취임한 지 나흘만인 지난 1일, 백현동 사업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검찰은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켜오던 이 대표는 자신의 보좌관이 보낸 ‘전쟁입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 공개로 윤석열 정부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취임 후 2주 간 네 차례의 기소 및 송치가 이어졌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 의견을 검찰에 통보했다. ‘사법 리스크’는 이 대표의 가족까지 번졌다.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이 대표의 장남은 불법도박 및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조사를 받았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말을 아끼며 ‘민생’에만 열중하겠다며 입을 굳게 닫아 왔지만 이 대표는 결국 언급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주길 당부한다”며 뼈 있는 발언을 했다.

아무리 ‘민생’을 외쳤지만 ‘사법 리스크’에 가려 이 대표의 ‘민생 행보’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 대표 취임 후 첫번째로 민생경제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국 현장 최고위원회와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지역 현안을 살폈지만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에 집중하지 않더라고 이미 이목은 그쪽으로 쏠려있다”며 “성과 또한 뚜렷하지 않아 민생도 이 대표도 부각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제2회 전북 편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겉옷을 벗고 있다.(사진=뉴시스)
사라진 ‘사이다’ …친명계·‘개딸’ 리스크도

이 대표의 조심스러운 ‘탐색전’ 행보가 오히려 윤 대통령의 실정에도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했다는 당 내부의 평도 이어졌다. 여의도 정치에 갓 발을 디딘 이 대표가 ‘식사 정치’를 통해 당내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며 내실을 다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작 윤 대통령에 대한 견제구가 강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연설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줄곧 제안해오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무난했다’는 평가가 마냥 좋을 수는 없다”며 “이 대표에게 바란 ‘강한 야당’이 되기 위해선 윤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가 더욱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친명’(親이재명계) 일색의 인선도 추후 이 대표의 목표와는 달리 당의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정청래·박찬대·장경태·서영교 최고위원은 모두 ‘친명’으로 분류된다. 당 대표실에는 경기 지사 당시 함께 합을 맞춰온 실무진을, 정무조정실장에는 이 대표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을 임명했다.

일각에선 당원과의 소통의 장을 넓히기 위한 ‘당원청원시스템’과 ‘당원존’ 설치도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주장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취임 후 민주당의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기준 이 대표 취임 직전인 8월 4주 민주당 지지율은 36%였지만 9월 4주 34%로 나타났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들어와 일으킬 ‘민생 혁신’ ‘정치 개혁’에 큰 기대를 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생각보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고 전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현재 큰 그림을 못 그리고 있는 것은 아쉽다”며 “(당대표 임기) 2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대선을 대비하는 인물이기에 이를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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