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문제, '공' 日로 넘어가…정상회담 통해 논의할까

정부, 19일 한일 기업 재원으로 위자료 지급 안(案) 내놔
日 '수용불가' 방침 밝혔으나 8개월만에 '공' 넘긴 셈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정부 "비핵화 등 해결할 사안 많아"
  • 등록 2019-06-20 오후 5:27:34

    수정 2019-06-20 오후 5:27:34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정부가 지난해 10월말 이후 일본과의 가장 큰 갈등 현안이었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공’이 일본측으로 넘어갔다. 일본측은 ‘수용불가’ 방침을 밝혔지만 장기간 검토 끝에 한일 기업 참여 기금조성 방안을 제안해 갈등 해결의 책임을 일본측으로 넘긴 셈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1일 오후 울산대공원 동문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사진= 연합뉴스)
日, 공식적으로 “수용불가” 방침…중재위 설치도 재요청

19일 외교부가 발표한 정부안(案)은 일본 가해기업과 한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원을 출연해 만든 기금을 통해 강제징용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최근 이같은 방안을 일본 정부에 제안했고 일본측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전날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발표 즉시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 나왔고, 20일 오전에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통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스가 장관은 한·일 양국 기업의 출연 방안에 대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측은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마무리됐다는 주장이다. 정부 차원이든, 일본 기업 재원이든 추가적인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본측의 원칙적인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 18일로 시한이 만료된 중재위원회 설치를 재차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스가 장관은 청구권 협정의 분쟁해결 절차에 근거해 한국 정부에 중재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日 “못 받겠다” 했지만 한일 갈등 국면은 전환점 맞아

이처럼 일본측이 ‘수용 불가’ 입장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첫 배상 판결 이후 ‘평행선’을 내달리던 한일관계가 전환점을 맞은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정부 안팍의 중론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청구권 협정에 의거한 외교적 협의와 중재위원회 설치 등 국제법적인 대응으로 우리정부에 ‘협의’를 요구해온 만큼, 우리측 안이 탐탁치 않다고 해도 관련 협의에는 응해야 ‘자가당착’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계기 한일정상회담 문제만 하더라도 일본측에서는 강제징용 관련 우리 정부의 진전된 입장이 없으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정부 안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현 상황에서는 양국 정상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대통령께서는 오사카 G20 계기에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면서 “한일관계에 있어 과거사 문제는 그것대로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지혜로운 해결을 모색하되 비핵화 문제를 포함해 양국 정상 간 만남을 통해 협의해야 할 사안이 많고 우리로선 이런 협의에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G20 계기에 한일정상회담 여부와 관련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나아가 일본측에 정상회담장에 나올 것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우리가 안이 있어야 협의가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 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일본 기본 입장을 생각해 볼 때는 일단 우리측 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당장 수용한다기 보단 (한국측과) 얘기를 하면서 어떻게 해나갈지 논의하는 순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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