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표, 문재인 설득에 당무 복귀… 아직 유동적

문재인 “화룡점정 해주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 허사”
김종인 “대단히 자존심 상했다. 좀 더 고민할 시간 가지겠다”
19일 비대위서 직접 2번 언급… 김 대표가 논란 자초
  • 등록 2016-03-22 오후 5:52:10

    수정 2016-03-22 오후 5:52:10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김종인 대표가 이틀 만에 당무에 복귀하면서 봉합됐으나 상황은 아직도 유동적이다.

김 대표를 모셔온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경남 창원에서 급거 상경해 김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찾아 50분여간 회동하면서 설득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정말 어려운 시기에 비대위 대표를 맡으셔서 당을 살려놓으셨는데 이제 마무리를 해주셔야 한다”며 “화룡점정을 해주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한 게 다 허사가 된다. 끝까지 당을 책임지고 이끌면서 총선을 이끌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셀프공천 논란과 관련해 “김 대표가 개인적인 욕심으로 사심에 의해서 비례대표 후보 결정을 한 것처럼 매도당했다. 명예를 중시하는 분으로서 상처받고 자존심도 다쳤다”며 김 대표를 감쌌다.

문 전 대표와 회동한 후 김 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중앙위원회가 열리고 (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단히 자존심이 상했고 모욕적으로 느꼈다”고 한 뒤 거취와 관련해 “좀 더 고민할 시간을 가지겠다고 김 대표가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비대위 회의 참석에 앞서 구기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설에 대해 “종합적으로 내가 말하겠다. 더 얘기하지 말고 얼마 안가서 결심한 바를 가지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비례대표 후보 순번과 세종시 후보자 결정 등 급한 당무가 있어 비대위 회의에 참석했지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도 무게는 당대표직 유지에 힘이 실린다. 사퇴를 결심했으면 굳이 문 전 대표를 만난 뒤 비대위 회의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은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결정되면 보고를 받으실 것이다. 비대위 사회를 직접 보고 정상적으로 당무를 수행했다. 내일 (비대위 회의에) 오신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총선 승리와 당의 변화를 책임지고 추진하기 위해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치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 노욕이니 대권행보니 하는 반응이 나오자 21일부터 당무거부에 들어갔다. 이후 중앙위원회에서 김 대표가 비례대표 4명을 당선안정권에 전략공천 할수 있도록 하고 14번으로 조정됐던 순번도 다시 앞당겨 질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습국면에 접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비대위가 오후 3시로 연기되면서 김 대표 측근들을 중심으로 사퇴할 수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 파동에서 숨죽여 있던 친노 운동권 세력이 자신을 인격적으로 모욕하며 패권을 행사하려고 했다고 비난하지만, 이번 논란은 자신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반론도 있다. 당초 당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해 김 대표가 배수진을 치는 차원에서 당선안정권 전후인 15번 정도로 배치하는 것을 고려했다. 그러던 것이 19일 비대위 회의에서 처음 김 대표가 2번을 언급했다고 한다. 총선 승리와 당의 변화를 위해 자신의 얼굴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포석이었지만, 그동안 김 대표는 비례대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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