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위축된 내수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하반기부터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본격적으로 집행되면서 굳이 통화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도 기준금리를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이어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절하로 대외 환경이 복잡해짐에 따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경우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유출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을 하반기 우리경제 주요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꼽으면서 “위안화 절하는 수출경쟁력, 자본유출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환율 변동의 폭과 속도가 과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유의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 계획과 중국 발 위안화 쇼크로 급변동하는 금융시장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한 한은은 대외환경 변수 뿐 아니라 한은법 개정이라는 고민까지 떠안게 됐다.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최근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성장률마저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고용안정이 최우선 국정과제가 돼야 한다“며 한은의 정책목표인 물가안정(한은법 1조1항)과 금융안정(1조2항)에 더해 ‘고용안정’을 3항으로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총재는 난색을 표했다. 고용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긴 하지만 정책수단은 통화정책으로 한정돼 있는데 책무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이날 “고용안정까지 추가하면 정책목표 간에 상충될 여지가 있고 한은이 보유한 정책수단이 제한된 점 등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 관련 논의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