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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비영리재단 이사장 직함을 물려받으며 후계자 지위를 공고히 한 이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까지 확대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준비를 마쳤다.
특히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그룹 장악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 통해 삼성전자 지배…지배구조 안정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합병을 결정하면서 기존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 중이었던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16.5%로 하락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0.6%에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4.1%를 합치면 지분율이 4.7% 수준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분율을 추가로 높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018260)를 합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삼성전자가 삼성SDS를 합병하게 되면 이 부회장(11.3%)과 삼성물산(17.1%)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이 삼성전자 지분으로 바뀌게 된다.
제일모직이 금융부문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032830)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은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의 두 축인 전자와 금융을 모두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이건희 회장이 맡고 있던 삼성생명공익재단 및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았다. 삼성의 경영철학과 사회공헌 의지가 이 부회장으로 계승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주력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까지 확대하면서 이 부회장은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실질적인 경영권까지 갖춘 그룹의 후계자로 거듭났다.
아울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해지는 등 지배구조도 명확해졌다. 다만 이번 합병을 분수령으로 삼아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미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수십조원이 소요될 지주사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완성한 옥좌…그룹 장악력 과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이건희 회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돼 경영수업을 받아 온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을 보좌했다. 주요 회의에 모두 참석했으며, 재단 증여 등의 방식으로 주요 계열사 지분율도 꾸준히 높여 갔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도 있다. 이 회장은 선대 회장의 치밀한 사전 정지작업의 결과로 별다른 잡음 없이 회장에 취임할 수 있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지배구조 안정화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물론 승계 작업의 밑그림은 마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뤄진 제일모직 및 삼성SDS 상장, 석유화학·방위산업 계열사 매각,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의 굵직한 사안들은 이 부회장의 추진력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리더십을 증명했으며, 그룹 내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한 재계 인사는 “아직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오너 일가의 사업 영역 조정 문제가 남아있지만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사실상 일단락된 모습”이라며 “부친과 다른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어떤 경영성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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