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희 장관 "노벨상 없는 한국과학..과학외교 강화"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21일 한국의 노벨상(과학 분야) 및 필즈상(수학 분야) 수상 가능성과 관련, “과학외교를 강화하고 세계 과학무대에서 우리의 존재를 확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신규 회장단과 과기분야 정책 간담회를 갖고 “우리는 아직 노벨상과 필즈상 등을 못 탔는데 한국 과학기술인들은 (실력에 비해) 글로벌 존재감이 약한 측면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과학의 양적규모와 능력을 감안하면 세계무대에서 상당한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존재감 확대에 신경을 덜 쓴 것 같다”고도 했다.

최 장관은 “지금 과기인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지는 않는다”고 현실을 인정하면서, 과기인들의 자긍심은 개인의 존재감을 인정받는 데서 비롯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외국은 과기인이 개인으로서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는 출연연구소나 기업, 대학 등에서 과학자 개인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상당히 약한 것 같다”며 “출연연에서 젊은 연구원들을 만났을 때 그들에게 ‘개인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도록 노력하라’고 자극했다”고 전했다.

미래부의 핵심과제인 창조경제에 대해선 창조적 마인드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을 똑같은 라이프스타일로 사는 것 같은데 이것을 혁신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첫 걸음”이라고 언급했다.

최 장관은 또한 “과기인들은 단순히 개인적 호기심 충족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 지원을 받는 데 대한 보답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오픈 마인드를 갖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초대해 융합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과기계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신규 회장단과 과기분야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미래부 제공.

과학교육 축소·단기성과 재촉 등 과기계 불만사항 쏟아져

최 장관이 과기계 주요 인사들과 만난 이 자리에선 과학교육 축소문제와 단기성과 위주의 과학기술 정책문제 등 주요 현안들이 쏟아졌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문이과 통합교육과정 개정안의 과학수업 축소문제에 대해 “교육부 실무진에서 만든 통합교육안은 사실상 이과폐지”라며 최 장관과 미래부가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강신영 전남대 응용화학공학부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란 명칭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창조하라는 것”이라며 “정치권 등에서 단기적 성과를 요구하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거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명희 KIST 책임연구원은 “정부 거버넌스가 너무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이라는 우려가 많다. ICT는 산업이 많이 발달해서 정부역할은 규제부문이 중요하다”며 “미래부가 ICT보다는 과기계에 신경을 더 많이 써달라”고 주문했다.

신용현 한국표준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출연연 비리문제에 대해 “문제가 되는 출연연은 예전 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 소속이지 정통 과기 연구원이 아닌데 언론에 비리들이 계속 보도되면서 과기계에서는 뭔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한 “여성 과기인의 경우 경력단절 뒤 복원보다는 아예 경력단절 자체가 없어야 한다. 출연연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를 빨리 도입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과총은 이 자리에서 최 장관에게 △250억원 규모의 과기인 복지종합시설 건립 확정 및 정부지원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안 재검토 요청 △과학기술진흥기금 확대를 위한 민간재원 유치방안 추진 등을 공식 요구했다.

최 장관은 “과학기술이 매우 중요하고 사람들의 가치관 및 사회구조에 인프라로 작용한다는 점을 확립하는 데 과총이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신규 회장단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기분야 정책 간담회를 하고 있다. 미래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