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장 막으려 조종실 문 잠근 기장…수백 명 목숨 담보로 기싸움

스리랑카 항공 여객기서 사건 발생
‘조종실 2인 상주’ 규정 무시
  • 등록 2024-10-16 오후 3:24:42

    수정 2024-10-16 오후 3:24:42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스리랑카 국영 항공사의 여객기가 이륙한 상황에서 조종사 간 다툼이 벌어져 기장이 부기장을 조종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
지난 14일(현지시간) 스리랑카 데일리미러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항공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달 21일 호주 시드니발 스리랑카 콜롬보행 UL607편에서 벌어진 사건과 관련해 민간항공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기장과 부기장 간 싸움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행기 이륙 후 부기장이 기장에게 화장실을 사용하겠다고 요청했고, 기장이 이를 거절하자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후 부기장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조종실 밖으로 나가자 기장은 조종실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다. 당시 조종석에는 기장이 혼자 남아 있었으며 승무원들이 나서서 설득한 뒤에야 부기장은 조종석에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항공기 표준 운항 절차에 따르면 운항 중인 여객기 조종실 내부에는 항상 2명이 머물러야 한다. 조종사 2명 가운데 1명이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객실 승무원이 대신 조종실에 들어와 있어야 할 정도로 2인 상주 규정은 중요하다.

지난 2015년 추락한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의 사고 원인이 조종실에 혼자 남은 부기장이 기장이 화장실에 가려고 조종실을 비운 사이 하강 버튼을 눌러 추락에 이르게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많은 국내·외 항공사들이 ‘조종실 2인 상주’ 규정을 잇따라 도입했다.

해당 항공기는 별다른 사고 없이 목적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항공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기장의 비행을 금지했다”며 “회사는 당국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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