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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동양생명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실적이 시장의 기대보다 다소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KB증권은 이달 초 이들의 4분기 순익을 6030억원으로 전망했고, 유안타증권은 이달 중순께 7650억원으로 예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앞서 발표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뿐 아니라, 31일 기준 컨센서스인 7745억원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KB증권 관계자는 “전망 시점에 따라 수치에 다소 바뀔 수는 있지만,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붙잡은 건 일시납 저축성보험 대규모 판매에 따른 ‘비차이익 축소’와 ‘금융시장 변동성’이다. 지난해 생보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예상보다 크게 늘렸다. 이럴 경우 신계약 관련 비용 및 사업비가 늘면서 비차익은 악화된다. 비차익이란 보험이익(시차이익+비차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예정 사업비와 실제 사업비 사이에서 생기는 차익을 말한다.
그러나 회사별 실적을 뜯어보면 온도 차이가 확연하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2곳의 합산 실적은 컨센서스에 부합한 데다, 1년 전에 비해 오히려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 판매 확대에 따른 비차익 감소는 업권 공통 요인이라 다소 영향이 있겠으나, 변액보증준비금 환입과 부동산 등 자산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이익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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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동양생명은 적자전환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은 비차익 감소와 투자 부문 평가손실 영향으로, 4분기 순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순이익 컨센서스는 -25억원 수준으로 형성됐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역시 마이너스다. 저축성 보험 판매 규모가 타사 대비 많았던 만큼, 비차익 악화가 치명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동양생명의 4분기 일시납 저축성 보험판매 규모는 3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산 기준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저축성 보험판매 규모(1조5000억원)와 비교해보면, 2배 이상 팔아치운 셈이다. 이에 KB증권은 동양생명의 비차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투자수익률 하락 및 파생관련 평가손실까지 반영되면, 실적에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 신계약비가 이번 분기 이후 실적에 반영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차역마진과 관리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 규모 관리가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ABL생명의 매각 소식이 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동양생명의 실적이 부진하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적자전환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시점상 이번 실적 타격이 더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명보험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2월 21~23일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삼성생명이 2월 21일 실적을 발표한 이후 한화생명이 22일 공개할 계획이다. 동양생명의 실적발표일 예상일은 2월 2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