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에서도 공공택지 조성 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사업 첫 단계인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부터 지역 주민에게 보이콧을 당했다. 국토교통부는 주민 반발에도 사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 광주 산정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회원들이 10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산정공공주택지구 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상여 행진을 하고있다. 2021.09.10.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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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광주 산정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를 생략한다고 지난주 공지했다. 앞서 두 차례 공청회를 열려고 했으나 택지 조성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제대로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개발 기본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환경적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 등을 따져보는 절차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사실상 첫 관문으로 꼽힌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광주 광산구 산정동·장성동 일대에 1만3000가구 규모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비수도권에 조성하는 사실상 첫 중대형 택지였다.
산정지구가 택지 후보지로 발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국토부는 아직 주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산정동 인근 주민들은 생활권·재산권 훼손, 주택 공급 과잉 우려 등을 이유로 택지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공청회를 포기하고 택지 조성을 위한 다음 단계를 밟을 계획이다. ‘개최 방해’ 등으로 공청회가 2회 이상 열리지 못하면 공청회를 생략할 수 있다는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 따라서다. 국토부는 10일까지 개별적으로 주민 의견을 접수한 후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작성, 환경부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청회는 생략하지만 지자체 등을 통해 접수된 주민 의견을 반영해 본안을 작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지구 지정 절차까지 끝나면 주민이 국토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가진 토지 수용권에 맞서긴 쉽지 않다.
국토부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건너뛰고 택지 조성을 밀고 나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토부는 경기 광명·시흥지구에서도 ‘주민이 의견 청취 절차를 거부한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를 생략했다. 7만가구 규모인 광명·시흥지구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최대 택지지구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선 자칫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요식행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제 수용권을 쥔 공공이 주민 의견 수렴 절차까지 뭉개려고 하는 건 바람직하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