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의 자영업자 대표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실질적 보상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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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는데…정부가 자영업자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해 오늘 빚 받으러 왔다.”
강원도 원주에서 고기뷔페를 운영하는 김한기(58)씨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삭발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생존의 위기로 몰렸다고 생각한 김씨는 전날 서울로 와 여의도 공원에서 차박(차에서 숙박)을 한 뒤 삭발식에 참여했다. 김씨는 “노후를 위해 다 걸고 차린 가게인데 규모가 크다 보니까 2억원을 까먹었더라”며 “가만히 있으니까 정말 자영업자만 무시하는 것 같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 25일 오후 2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코자총)’ 주최로 열린 ‘거리두기 규탄 릴레이 삭발식’에 참여한 자영업자가 눈물을 흘리며 삭발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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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2시가 다가오자 ‘손실보상 100% 지급!’ 문구가 적힌 빨간 머리띠를 둘러멘 자영업자들이 하나둘씩 국회 앞 대로의 단상 의자에 앉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중단되고 강화된 거리두기가 계속되자 생계 위협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단체 삭발로 항의하러 거리로 나온 것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0개 자영업 단체가 연합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코자총)’은 자영업자 299명이 연달아 삭발하는 ‘릴레이 삭발식’을 진행했다.
단상에 차려진 의자 10개에 맞춰 일렬로 앉은 자영업 단체 대표들은 첫 주자로 삭발을 시작했다. 남녀 할 것 없이 머리띠를 벗어내린 이들은 바리깡(이발기)을 든 동료가 머리를 밀자 눈을 질끈 감았다. 삭발이 마무리될 때쯤엔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자영업자들이 눈에 띄었다. 체념한 듯 먼 곳을 응시한 채 삭발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10명씩 한 조를 이뤄 연속으로 삭발을 이어나갔다.
삭발을 마친 최모씨는 2년 동안 서울 강동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했지만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했다. 최씨는 “임대료도 내지 못해 명도소송을 당한 상황이라 내일 재판에 참석하러 간다”며 “아내와 수십 년간 열심히 살아서 가게 하나 열었는데 정부가 기다려달라는 것도 2년이 지났음에도 돌아오는 건 없었다”고 절규했다.
부산 해운대에서 삭발식에 참여하기 위해 왔다는 양모씨는 “9시 이후 서로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갈 때 저희는 차디찬 길거리에 몰려 갈 곳을 잃는다”며 “다 불 지르고 죽어버릴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정부는 자영업자에게 모든 피해에 대한 온전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단체는 ‘자영업자 파산’을 선언하기도 했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2022년부터 코로나로 발생한 모든 빚은 정부가 갚아야 한다. 자영업자는 이제 빚을 한 푼도 갚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 인건비, 임대료, 공과금, 각종 대출을 갚을 길이 없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 또한 “이제 버틸 돈도, 버틸 희망도 없어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선포한다”며 “정부는 방역지침 실패를 자영업자에게 전가하고 방역패스 시행까지 하면서 자영업자 생존의 길을 막고 있다. 모든 피해를 소급 적용해 전액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삭발을 마친 자영업자들은 국회로 행진할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대기 중인 경력이 이들을 에워싸고 경로를 막았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다만 단체는 이날 삭발한 머리카락을 모두 모아 청와대로 보내겠단 방침이다. 다음달 10일께엔 서울 광화문에서 방역지침으로 피해를 본 다른 단체들과 대규모 투쟁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의 자영업자 대표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실질적 보상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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