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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우려했던 여성 억압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을 총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전날 타하르 지역에서 부르카를 입지 않은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여성을 그의 부모님이 안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 퍼졌다.
하지만 실제 목격자들의 증언은 다르다. 아프간 곳곳에서 여성들은 탈레반의 눈에 띌 것을 우려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들도 교육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탈레반 발표가 무색하게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는 무장 괴한들이 대학 정문을 지키며 여학생들이 캠퍼스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지역에선 탈레반이 여학교를 장악하고 폐쇄시키기도 했다.
부르카를 사고 싶어도 사러 나가지 못한다는 호소도 나온다. 탈레반이 내세우는 샤리아는 여성들로 하여금 남자 친척이 동행하지 않으면 집 밖을 나서지도 못하게 해서다.
한편,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날 탈레반의 장악 이후 아프간 인권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4일 특별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는 이슬람협력기구(OIC)의 조정자 역할을 맡고 있는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공식 요청에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목록에 따르면 이번 특별회의 동의국가에는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옵서버 지위를 가진 미국도 없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