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공격해볼까"…활동 시작하는 행동주의에 기업도 분주

내년 3월 주총 시즌 목표…10월부터 대상 선정
작년 타깃된 기업 77곳으로 4년만에 10배 급증
주주환원·소통 강화…신뢰 확보 위해 준비 필요
수임 한계 있는 의결권 대행사 조기 고용도 방법
  • 등록 2024-10-22 오후 3:55:48

    수정 2024-10-22 오후 3:55:48

[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기자] 내년 주주총회를 겨냥해 행동주의 펀드들이 활동을 시작하자 최근 기업들 사이에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주행동주의가 국내에 확산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만큼 타깃이 되지 않도록 미리 주주 환원을 높이고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국내 기업은 77곳이다. 불과 2019년만 하더라도 8곳에 그쳤던 행동주의 펀드의 대상이 지난해 10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 지분투자를 넘어서 주주로서 투자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펀드를 말한다. 주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금 확대 등 주주가치를 높이고 경영을 개선할 것을 적극 요구한다.

올해 행동주의 펀드가 적극 움직였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도 주주제안과 경영권 분쟁추세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주총 시즌을 염두하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캠페인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실제로 최근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두산밥캣에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투하자본이익률(ROIC) 높고 자기자본이익률(ROE)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ROIC는 영업활동에 투입한 자산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이 자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측정한 값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이 이익을 잘 내고 있어 향후 주주환원을 통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ROE가 낮다는 것은 주주들이 원하는 수익을 충분히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가의 기업도 타깃 범위에 있다. 행동주의펀드는 이 같은 기업에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해 주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행동주의펀드뿐만 아니라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일반 기관투자자들도 수익률 제고의 수단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활용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위협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고려아연의 공동창업자 가문간 경영권 싸움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뛰어들어 공개매수에 나섰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던 한미약품 역시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가 모녀측 자문을 맡으면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주선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주요 대비책으로는 △의결권 대행사 조기 고용 △이사회 및 경영진의 대응 강화 △주주 소통 강화 △법률 및 금융 자문사 협력 등이 꼽힌다. 특히 의결권 대행사도 주총 시즌에 수임 가능한 한계가 있는 만큼 사전에 알아보고 조기 고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태성 로코모티브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주총회서 경영권을 보호하고 주주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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