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즐비한 중동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오일 드라이브(Drive)’는 중동 투자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이야기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중동 현지의 소식을 모두 다룹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자본 투자유치 소식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하반기에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군수·안보 섹터 투자에 집중할 겁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복잡다단하게 변모하면서 중동 전역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서다. 자본시장에도 전운의 영향은 미칠 전망이다. 다수 전문가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경제 다각화 정책을 펼친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투자 분야를 군수·안보로 선회할 것이라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UAE와 사우디가 지역 내 불안감 고조를 이유로 투자를 줄인 만큼, 하반기에도 관련 분야를 제외하고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에 중동에 진출한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긴장감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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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중심지인 가자지구와 우리 기업이 대거 진출한 UAE·사우디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상당해 별 영향이 없을 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조만간 상황이 급변할지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UAE나 사우디 쪽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지금 당장은 영향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두 국가가 중간에 낀 형국이기도 하고 자국 내에 레반트(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 지역 국민이 많이 살다 보니 여러모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 분야 역시 바뀔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경제 다각화 정책을 이유로 다양한 분야에 자금 조달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펼쳐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군수·안보 섹터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카네기재단은 하반기 UAE와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군수·안보 섹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카네기재단은 GCC 국가들이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영토 안보에 힘쓰리라 예측했다. 이에 더해 영공·해상 구역 보호, 초국가적 방어 협정 체결, 드론·감시 기술에 투자가 쏠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성 실장은 우리 기업에 현지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이란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이스라엘에 입히느냐에 따라 이스라엘의 반격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UAE·사우디 등 중동 전역에 미칠 영향이 달라지니 전쟁 양상을 계속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길어지면 군수·안보 섹터 외에도 푸드테크 섹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상황이 전면전까지 치달으면 UAE나 사우디가 식량안보에 신경 쓸 것”이라며 “푸드테크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