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내 지게차 이동은 자동차가 아닌 건설기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상이 아닙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
“그런가요?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에는 포함되던데 저희는 공정간 지게차 이동이 많아서 여기서 나오는 탄소가 엄청날 것 같은데요.” (태광 관계자)
기자가 부산 강서구에서 산업용 파이프 간 연결고리인 피팅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태광’을 방문한 10일, 기업 실무자들은 기자와 동행한 한국환경공단과 컨설팅 업체 측에 CBAM 관련 궁금증을 쏟아냈다. CBAM 시행이 17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대응이 쉽지 않아서다. 특히 제도의 세부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은 탓에 기업들은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 것조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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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CBAM 제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중소·중견기업 수출에 빨간불이 커졌다. CBAM 제도는 유럽에 수출하는 제품을 국외에서 생산할 때 유럽탄소배출권 가격과 현지에서 지불한 배출권 가격의 차액만큼을 ‘탄소국경조정세’의 형태로 기업에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세를 내는 국가와 내지 않는 국가의 차이를 줄여 범지구적 탄소 저감 정책 효과를 높이겠단 취지다.
문제는 품목이 적더라도 CBAM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체 범위가 워낙 넓다는 점이다. 대상품목 중 150유로(약 22만 5000원)이상 유럽 수출 기업은 모두 대상이 되고 최종 제품이 생산되기까지 투입된 중간재의 탄소배출량도 측정해야 한다. 예컨대 태광의 경우 ‘피팅’을 제조하기 위해 납품받은 ‘철강’의 생산공정 중 탄소배출량까지 계산해야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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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CBAM과 관련한 주무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이지만 ETS 관련 배출량 산정 및 검증 등 실무적인 경험이 풍부한 환경부도 발 벗고 나섰다. 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과 60개 기업에 컨설팅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공단과 전문 컨설팅 업체는 배출량 산정과 보고 자료 작성 방법 등 CBAM 대응법을 교육한다. 지속적인 소통으로 기업 스스로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타 부처 지원 사업과 달리 직접적인 EU 수출기업이 아니더라도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비 부담도 없애 중소·중견기업의 컨설팅 진입 장벽을 낮췄다.
송주화 한국환경공단 배출권관리처 배출량평가부 부장은 “앞으로 물건을 살 땐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배출량이 얼마인지도 보게 될 것”이라며 “CBAM이 이런 움직임을 글로벌하게 촉발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기업들도 잘 대응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 부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결국 탄소를 줄이는 에너지 절감이 비용 절감이 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CBAM 대응을 위해선 EU-ETS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데, 환경부와 공단은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주무부처로 측정과 관련된 실무대응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현재 ‘산정 및 보고’에 한정된 컨설팅 지원 범위를 규정이 확정 되는대로 ‘검증’까지 확대하고 우리 기업이 해외 무역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를 비롯한 CBAM 대응 정부 부처들은 기업이 궁금한 사항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헬프데스크’를 유선과 오프라인으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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